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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일기] 200831

군만두서비스 2020. 8. 3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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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8월의 마지막 날이다. 8월 1일에 일기 쓰던 게 진짜 어제 같은 데 벌써 8월의 마지막 날이다.

그동안 어떤 사람은 전역을 하고 어떤 사람은 새로 들어왔다. 우리 부대에 CCTV를 설치하는 작업도 열심히 하고 있다. 전설로만 듣던 105mm 견인포도 옮겨보고, 막사 지붕에도 올라가 봤다. 폭우 때문에 한 번 경험하기도 힘든 부대 이동을 4번씩이나 경험했으며, 그덕에 군장 챙기는 데는 달인이 되었다.

분명 무언가 많이 했다. 그런데 뭐랄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아무리 얘기해도 허무함이 남는다. 내 마음 속 가려운 부분 한구석을 긁어주지 못한다. 뭐라고 정의하기 힘든 찝찝한 감정이 자꾸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다.

굳이 이유를 따지려 파고 들어갈 마음은 없다. 그 시간을 재밌게 보낼 거리가 너무 많다. 그래도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있을 때나 이렇게 글을 쓰고 있을 때면, 내가 요즘 왜 이러나 싶은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요즘의 나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자산'에 대한 집착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닐까 싶다. 이번 달 초에 '자산'에 대한 목표를 잡을 때 나왔던 그 '자산'이다. 막연히 무언가를 많이 가지고 싶다는 생각에 자꾸 욕심이 늘어났다.

특히 돈에 대한 욕심은 정말 무서웠다. '모로 가더라도 돈만 잘 벌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면서 나의 군 생활 목표였던 체력, 영어, 독서가 모두 돈을 벌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자리 잡아 버렸다. 이렇게 돈에 대한 욕심이 커질수록 행복, 혹은 플로우flow에서 멀어졌다. 그 자체로 재미있고, 그 자체로 충분한 보람을 주었던 자기 목적적(autotelic) 활동들이 사라지며 플로우를 느끼기 힘들어졌고, 자꾸 다른 사람의 모습과 나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내 자존감을 눌러버리곤 했다. 하마터면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라는 교훈마저 잊어버릴 뻔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까? 내일의 해가 뜨고 9월이 시작되면 많은 게 달라질 거다. 일단 '자산'에 대한 목표는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예전처럼 체력, 영어, 독서를 즐기며 살기에도 충분히 바쁠 거다. 특히 독서에 집중하고 싶다. 다시 밀린 서평이 4편이다. 요즘 싸지방 공사 때문에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해서 몇몇 서평의 마무리 작업을 못하고 있다. 빨리 씨지방에 가서 구석에 혼자 처박혀 마음껏 키보드를 두드리고 싶다. 핸드폰 키보드는 아무래도 찰진 맛이 덜하다.

9월에는 이제 '분대장'의 역할도 시작이다. 나 혼자 살던 군 생활을 넘어, 10명 넘는 남의 집 귀한 아들들을 데리고 군생활을 해야 한다. 때로는 소리치고 혼내고, 때로는 어르고 달래고, 때로는 즐겁고 편안한 관계일 거다. 그 어느 관계에 있더라도 우리 만남이 소중함을 잊지 않아야겠다. 이 넓은 우주에서 이렇게 만날 수 있었으니 얼마나 소중한 전우들인가!

오늘의 주절주절 일기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좋은 생각이 안 떠오르는데, 백종원 아저씨 - 라기엔 너무나 성공한 사업가 - 의 책 속 한 마디가 자꾸 떠오른다.


나는 망하고 난 뒤 깨달은 게 있다.
'아, 식당이라는 게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내가 가게에 있는 게 재밌어야 되는구나!'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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