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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정해진 미래 본문
이 책에서 말하는 '인구학적 관점'을 여러분의 일상생활에 적용한다면 10년 뒤에 '아이고, 내가 그때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하는 후회가 아니라 '내가 이럴 줄 알고 그때 미리 준비했지'라고 안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회적 미래는 정해져 있을지언정 개인의 미래는 매 순간의 판단과 선택과 노력으로 '정해나갈'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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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재가 아닌 미래를 기준으로 삼아라
물고기를 받는 게 아니라, 낚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올 '정해진 미래'를 받아들이기 보다, 다가올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을 배우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중요한 건 현재가 아닌 미래를 기준으로 삼는 관점이다. 내가 지금 이 분야에 자원을 사용하는게 맞는가? 남들이 다 이렇게 하니까, 나도 이렇게 해야 하는건가? 어떤 선택을 할 때 미래를 기준으로 생각해보자. 오늘의 내가 하는 행동이, 미래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해보자.
미래를 기준으로 삼는 건 좋다. 그렇다면 미래는 어떻게 예측해야 할까? 우리는 여러 방법을 사용하지만, '인구'에 관해서는 꽤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 서점에 가면 미래 예측에 관한 수많은 책이 있고, 정부기관에서도 수많은 예측 결과를 발표한다. 하지만 이렇게 미래를 예측하는 여러 방법들은 각자의 변수가 존재하고 그에 따른 오차가 발생한다. 그러나 '인구'에 관해서는 굉장히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 사람이 태어나고, 이동하고, 다시 돌아가는 숫자를 토대로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현재가 아닌 미래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데에 '인구'가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2. 저출산 시대, 모든 것이 공급과잉
미래 인구의 첫 번째 키워드는 '저출산'이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저출산 시대를 맞이했다. 1972년에 약 100만명의 아이들이 태어난 데에 비해, 2002년에는 49만명 만이 태어났다. 한 세대 만에 반 토막이 났다. 특히 2002년에 처음으로 출생자 수가 50만명 밑으로 떨어졌는데, 그 뒤로도 계속해서 출생자 수는 50만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대입 경쟁률이 줄어들까봐, 초등학교 교사 인력이 남을까봐 우려한다.
3. 저출산+고령화, 전쟁 같은 밥그릇 싸움
젊은 인구가 줄었으니 취업이 쉬워질까? 저출산과 함께 '고령화'가 찾아오고 있다. 이른바 사회초년생들은 비숙련 직종에서부터 구직활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저출산과 함께 찾아온 고령화의 영향으로 비숙련 직종에는 수많은 고령자들이 진출하기 때문에 사회초년생들은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 힘든 경쟁을 뚫고 일자리를 얻더라도 끝이 아니다. 회사 조직의 연령구조 또한 고령화되어 경영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고, 고령화 사회의 부양비용을 부담하기 위해 엄청난 세금을 내야 할지도 모른다.
한 가지 포인트. 가정에 대해 짚어보자. 전통적인 가정의 모습이 사라지면서, 우리 사회와 국가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전통적인 가정이라 함은 여러 세대가 함께 살면서 어린 자녀를 양육하고 연로하신 부모님을 봉양하며, 아픈 사람이 생기면 서로 챙겨줄 수 있는 가정이다. 전통적인 가정이 많았던 시대에는 출산과 노후에 대한 복지가 각 '가정'의 책임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요즘의 가정은 전통적이지 않다. 자녀들이 부모님을 모시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고, 노후에 대한 복지는 점점 '국가'의 책임으로 넘어가는 중이다. 그러나 출산, 양육에 대한 복지는 여전히 가정의 책임이다. 아직도 자녀양육 때문에 커리어를 포기해야하는 여성이 많으며,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사교육에 많은 돈을 쓴다. 이렇게 내 돈 내고 아이를 키워봤자, 이 아이는 자라서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이 세금은 다른 고령자들의 노후를 위한 복지에 쓰이는 것이니 아이에게 투자할 이유가 점점 사라진다.
4. 저출산+고령화+저성장, 대안은 해외에?
저출산, 고령화, 이제는 '저성장'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내수시장, 소비력은 점점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든다. 그렇다면 어떤 생존전략을 짜야 하는가? 외국으로 눈을 돌려볼까?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외국에서 기회를 찾는 건 개인에게 좋은 일인지도 모르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우수한 자원이 유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이 외국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반대로, 외국인을 받아들일까? 우리나라는 외국인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어떤 사람이 이민을 하려면 밖으로 밀어내는 push 요인과, 어디선가 끌어당기는 pull 요인이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의 인생에 이런 단어를 붙이는게 잔인할 수 있지만, 이민 또한 어느 정도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정해진다. 그런데, 조선족은 공급의 유인이 없다. 조선족들도 이미 아이를 적게 낳기 때문에 젊은이도 적은데다가 굳이 한국에 와서 저임금 노동을 하느니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게 훨씬 돈을 잘 번다. 국제결혼은 한국의 수요가 없다. 국제결혼을 원하는 노총각도 없을 뿐더러, 우리 사회가 혼인이주민에게 어떤 대우를 하는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와 다른 문화를 인정하기보다, 다른 문화를 우리에게 '동화'시키려는 분위기 탓에 외국인 근로자나, 외국인 장학생들도 정착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통일이 대박인가? 저자는 통일에 대한 언급 자체를 자제하며 몇 가지 이유를 말해준다. 먼저, 통일의 가능성이 너무 희박하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사실상 '정해진' 미래인데, 남북한이 통일하는 시나리오는 비교적 '불확실한' 미래이다. 불확실한 해결책에 정해진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둘째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 남북의 통일로 인해 내수시장은 커지지만 북한 주민을 위한 복지부담이 증가하고, 이를 비롯해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탓에 통일한국의 출산율도 한동안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5. 작고 안정적인 한국을 준비하자
지금까지는, 2002년부터 본격화된 저출산 현상과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이야기했다. 부모님 세대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저출산 세대는 부모님 세대보다 경쟁에서 자유로울 것 같은데 취업에서는 오히려 이전 세대에 밀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고령자의 노후에 대한 복지부담이 사회적 책임으로 이동하면서 세금 부담은 점점 커지는 반면 자녀 양육은 여전히 가정에서 책임지는 이중고 속에 저출산 흐름은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 그나마 2000년대 부터 우리나라에서 '복지'라 함은 선별적 복지보다 보편적 복지를 의미하게 되었고, 정부의 저출산 정책들은 양육환경 개선에 중점을 두면서 양육의 책임이 어느정도 사회로 옮겨왔다. 이에 따라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중요한 역할들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렇게 분위기가 달라진 이상, 양육에 관해서도 단기적 정책보다는 - 대통령이 5년마다 바뀌더라도.. - 장기적 철학을 가지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
아동에 대한 '질적 투자'를 해야 한다
미래를 준비하려면 아이들이 중요하다. 이미 2002년 부터 아이들의 '양'은 줄어들고 있으니, 이제는 아이들의 '질'적인 성장에 투자해야 한다. 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들더라도, 이 아이들이 일당백의 역할을 해서 사회적 부가 다시 부모님 세대에게 흘러갈 수 있도록 - 아이들이 부모님 세대의 복지 부담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도록 - 만들어주자는 주장이다. 여기서 중요한건 이런 변화를 '복지'의 개념으로 접근하지 말고 미래를 위한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하자는 발상이다.
아동에 대해 '사회 전체'가 나서서 투자해야 한다
사회 전체가 나서서 아이들에게 투자해야 한다. 양육의 책임을 가정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와 기업을 비롯한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는 교사 1인 당 학생 수가 줄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서, 학생들이 학교에서 더 개인적이고 더 다양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를 통해 사교육에 대한 수요가 줄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 외에도 기업을 비롯한 경제계 또한 사회적 투자에 참여해야 한다. 기업 문화를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서, 직접 재원을 마련해 투자하는 일까지 나서야 한다고 역설한다.
먼저 혁명적인 수준으로 기업문화를 바꿔서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데, 나는 여기에 조금 비관적이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으려면, 기업에서 어느정도 양보를 해줘야 한다. 가정의 일을 위해 우리 직원이 2시간이든 2년이든 다녀올 수 있도록 기업에서 허락해줘야 한다. 그런데 그 '기업'이란 누구인가? 내 옆에서 일하는 우리 팀원들, 내가 사라지면 대신 일해야 하는 사람들 아닌가? 지금 우리 팀에 할 일이 산더미인데, 자녀 양육을 위해 14시에 퇴근하는 사람이 우리 팀에 있다고 생각해보자. 웃으면서 보내줄 수 있는 조직문화인가? 아니라고 해도, 그게 문화의 문제인가? 그 사람이 없어도 문제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만약 몇 시간이 아니라 2년 정도 휴직을 해야 한다면 대체인력을 구해줄건가? 대체인력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 노동시장의 유연화까지 고려해야하는 문제가 아닌가? 내 마음 속에서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그렇지만, 일과 가정의 양립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여전히 적극 공감한다. 내 생각처럼 작은 문제들을 고민하느니, 차라리 외국의 사례들을 참고하면서 '혁명적인'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게 옳은 일인지도 모른다.
기업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데에 그치지 말고, 직접 재원을 마련해 투자하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국가의 재원은 노령층을 위한 복지에 이미 너무 많은 돈을 사용하고 있어서, 다음 세대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차라리 기업들이 직접 재원을 마련하여 다음 세대에 대해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라고 말한다. 재원을 마련하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 여기에 대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대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대신 사회 전체가 함께하는 생존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필요한 3가지 발상의 전환을 제안한다.
기업의 노하우와 민첩함이 필요하다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들은 '복지'가 되기 십상이다. 기업들이 나서서 '투자' 개념으로 인구정책에 접근하기를 제안한다. 예를 들어, 기업이 국민들의 건강증진에 기여하라는 것이다. 고령자들의 건강을 챙기는 데에 너무 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으니, 기업이 먼저 고령자들의 건강에 관심을 쏟아서 건강한 사회를 만들라는 것이다. 여러 보험사에서 광고하는 '걸으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상품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다른 한 가지 예시로, 해외 원조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권한다. 나는 해외 원조 사업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아프리카에 중국이 엄청난 사업들을 벌이고 있다는건 좀 안다.
정해진 미래에 적합한 사회구조를 마련하자
출산율을 아무리 높인다 하더라도, 여성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탓에 출생아 수는 다시 50만명을 넘기 어려울 것이다. 차라리 이에 적합한 사회구조를 만드는, 이른바 '다운사이징'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예를 들어 대학과 관련된 다운사이징을 생각해보자. 교육계는 대학교 입학생 정원 수를 천천히 줄이고 대학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교수, 교직원, 학교 앞 상권등 대학과 관련된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베이비부머 세대이다. 대학이 줄어드는건 이들 베이비부머 세대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러니 단순히 대학의 규모를 줄이는 게 정답은 아닐 지도 모른다. 오히려 대학 입시제도 전체를 다시 생각해보고, 대학은 꼭 고등학교를 졸업한 20살 학생이 입학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반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10년 후 재도약은 가능하다
총 인구 유지나 출산율 상승보다 '출생아 수 45만명 유지'가 더 중요하다. 인구의 크기가 급격히 변화하면 사회구조를 맞추기가 매우 어렵고 부담스럽지만, 완만한 변화에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30년 동안 출생아 수가 100만명 정도에서 40만 명 대로 변화하느라 인구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었는데, 반대로 앞으로 한동안 출생아 수가 40만명 대로 유지될 수 있다면 인구는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상수'로 작동할 수 있다.
<정해진 미래>는 2016년에 발간된 책이다. 발간 당시의 미래 예측과, 2020년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며 읽어보는게 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저출산이 급격히 진행된 02년생은 고3이 되었고, 서울 아파트 가격은 내려가지 않았다. 2019년 출생아 수는 30만명을 간신히 넘긴 수준이었다. 출생아 수 45만명이 중요하다던 저자의 소원은 지나간 것이다. 미국 사회 젊은 층의 대다수인 히스패닉은 이번 대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들이 성장한 후에 미국 사회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재미있게 읽은 책은 아니었지만, 인구와 미래에 대해 생각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책을 마치며 개인적인 바람을 말해보자면, 지금까지 말한 정해진 미래가 실제로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내가 말한 미래상이 그대로 재현된다는 것은 정부도, 사회도 그리고 개인도 정해진 미래에 대응하는 전략을 짜지 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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