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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개인주의자 선언

군만두서비스 2020. 9. 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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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는 공정한 룰이 필요하고, 그로 인해 개인의 자유가 일정 부분 제약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개인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위해 다른 입장을 가진 타인들과 타협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믿는다.

책날개

 

 

 


여러모로 놀라운 책이다. 교회 형한테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놀랐고, 이 책이 '장병 정서함양 및 교양증진을 위해 국방부에서 배부하는' 진중문고 목록에 있어서 다시 한번 놀랐다. <개인주의자 선언>이라는 파격적인 제목을 가진 책이 국방부 내부의 심의와 결재를 거쳐 우리 부대 북 카페까지 배부될 수 있다니! 조금씩이나마 군대가 달라지고 있다는 반가운 신호로 받아들여졌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제목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 실제로, 책을 읽는 동안 주변 간부님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 그나마 <쾌락독서>를 읽으며 문유석 작가와 친밀했던 덕분에 <개인주의자 선언>까지 도전할 수 있었다.

문유석 작가의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짐작하겠지만, 개인주의자 선언은 나 혼자 잘 살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혼자 살고 싶은 개인주의자이지만 적당히 주변의 장단에 맞출 줄 알고, 내가 소중한 만큼 너도 소중하다는 의미의 개인주의다. 전쟁의 승리를 위해 '우리'를 강조하는 군대에서 이런 책을 읽는 역설적인 상황이 조금 어색하기도 했다. 여하튼 지난번 <쾌락독서>처럼 이번 책도 재미있게 빠르게 읽었고, 자기 목적적인 독서활동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개인주의는 '나도 소중하고 너도 소중하다'라는 내용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근대 서구 법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사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세계사에 대해 정말 무지한 편이지만 프랑스 혁명이니 권리장전이니 하는 일들을 거치면서 우리 사는 세상과 이를 작동시키는 법이 만들어졌음은 어렴풋이 느껴진다. 굳이 잘 알지도 못하는 세계사를 논하는 단계까지 갈 필요도 없다. 우리 주변에는 개인보다 집단이 우선해서 생기는 문제가 툭툭 튀어나온다. 세상이 변해도 회식 자리에 빠지기는 눈치 보이고, 내부고발자는 영웅이 되기보다 나락으로 떨어질 때가 많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누구나 다녀오는 '군대' 때문에 집단주의적 성향이 더 강해지는 게 아닐지 생각해본다.

군 조직이 집단주의적 성향을 가지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군대는 결국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조직이니까 수직적인 명령 체계도 필요할 테고, 개인의 자유나 권리 또한 어느 정도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 군대는 결국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조직이니까 수직적인 명령 체계도 필요할 테고, 개인의 자유나 권리 또한 어느 정도 제한받을 수 밖에 없다. 군 조직의 문화가 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게 문제이지 않을까. 대다수의 청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기껏해야 대학교 1-2학년 때 군대에 입대한다. 처음으로 겪는 사회생활이 군대였으니, 앞으로의 사회 생활에서도 군대의 경험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 지금이야 군대에서도 선진 병영이 이루어지고 복무 기간도 짧아졌지만, 대통령마저 군인이었던 시절의 우리나라는 군대의 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흘러가는 게 훨씬 쉬웠을거다. 지금이야 군대에서도 선진 병영이 이루어지고 복무기간도 짧아졌지만, 대통령마저 군인이었던 시절의 우리나라는 군대의 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흘러가는 게 훨씬 쉬웠을거다.

여하튼 과거는 과거에 두고, 이제 미래를 그려보면 좋겠다. 합리적인 개인주의자가 인정받을 수 있는 분위기. 자신의 자유를 존중받기 위해 타인의 자유를 존중해줄 수 있는 분위기. 인터넷 댓글 창에 우르르 몰려 내 편 네 편 가르기보다는, 다층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알고 함께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 몸이 아프면 최신 현대의학을 찾듯이, 마음이 아플 때도 최신 현대 과학의 힘을 빌리고, 행복을 찾기 위해 현대 심리학을 함께 공부해나가는 분위기. 몸이 아프면 최신 현대의학을 찾듯이, 마음이 아플 때도 최신 현대 과학의 힘을 빌리고, 행복을 찾기 위해 현대심리학을 함께 공부해나가는 분위기. 이상과 현실에는 간극이 있음을 인정하고 냉정한 대안을 찾아가는 분위기. 그런 분위기로 천천히 변해가면 좋겠다.

 

 


다음에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 중인데.. 무슨 내용이든 쉽고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다.

 

"네 능력은 뛰어난 것에 있는 게 아니다. 쉬지 않고 가는 데 있어"라고 격려해 주면서도, 끝에는 "그러니 얼마나 힘이 들겠어"라며 알아주는 마음. 우리 서로에게 이것이 필요한 시대가 이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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