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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혼자하는 공부의 정석>, 나도 할 수 있다. 본문
프롤로그부터 눈이 번쩍 뜨였다.
인문학뿐만 아니라 경제경영, 명상, 심리, 뇌과학, 종교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었는데, 그렇게 완전히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에 들어있는 힌트들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1. 자기 신뢰
"나도 할 수 있다." 노력의 양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은 깨달음이 큰 차이를 만든다. 유튜버 신사임당도 비슷한 말을 했다. 월 1000만원 버는 건 뭔가 특별한 사람들의 일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그런건 그냥 평범한 일이라고. 당신도 할 수 있다고 그랬다.
'재미'의 어원은 '늘어나는 맛'이다. 공부하는 재미란 무엇일까? 나의 실력이 늘어나는 맛이다. 즉 '나도 할 수 있다'는 깨달음에서, 공부의 재미가 시작된다.
머리가 좋고 나쁘다는 건 없다. 재능이 중요해보이는 '음악'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베를린 음대의 학생들은, 재능 대신 '연습'의 차이가 실력으로 이어졌다. 물론, 연습 시간이 같은데도 실력이 다른 경우 또한 있었다. 인생 전체의 '누적 연습 시간'이 다른 경우였다.
노력의 양을 결정하는 첫 번째 요인은 '시간'이다. 잘하고 싶다면 많이 하자.
결국 양이 질을 만든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1만 시간의 법칙' 있지 않은가? 1만 시간이 문턱값이라는 게 아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양이 질을 만든다는 게 포인트다. 그래서, 나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노력의 양을 경정하는 두 번째 요인은 '올바른 방법'이다. '성장 영역'에 속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노엘 티치에 따르면, 사람이 하는 일은 3가지 영역으로 나누어진다. 안전 영역, 성장 영역, 공황 영역이다. flow channel 개념과 유사하다. 너무 쉽지 않지만, 너무 어렵지도 않은 일. 그래서 힘써 노력해야 간신히 이룰 수 있는 일. 그런 일이 '성장 영역'에 속한다. 노력의 양을 결정하는 '올바른 방법'이란, 이처럼 '성장 영역'에 속하는 노력을 말한다.
노력의 양을 결정하는 두 번째 요인은 올바른 방법, 성장 영역에 속하는 노력을 말했다.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이 좋은 예시이다. 이는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반복하는 연습이다. 1) 부족한 실력 향상을 위해 설계된 활동을, 2) 수없이 반복하고, 3) 피드백을 받는다, 4) 이 과정은 지루하다. 그래서 내가 하면 남들보다 앞서갈 수 있다.
이를 공부에 적용하면 1) 모르는 부분을 골라내며 읽는다, 2) 그 부분을 반복하며 외운다, 3) 외웠는지 확인하며 피드백을 받는다. 라고 말할 수 있다.
2. 학습 원리
공부란 무엇일까? 외부의 자극을 뇌 속의 '장기기억에 저장'하는 것이다. 기억이 저장되는 건 물리적인 현상이다.
기억은 뇌 속의 뉴런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기억이 생기면 뉴런의 모양이 변한다. 그리고 뉴런과 뉴런을 이어주는 시냅스가 생긴다. 만약 어떤 자극이 반복된다면, 관련된 뉴런에는 미엘린이 생긴다. 미엘린은 절연 물질이다. 뉴런의 축삭 돌기를 감싸서, 전기 신호가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하도록 도와준다. 미엘린이 두꺼워질수록, 뉴런에서 전달되는 신호도 빨라진다. 그래서 '탁월함'이란 뉴런과 미엘린이 만드는 것이다. 미엘린은 '정확히 같은 신호'가 반복되어야 두꺼워진다.
기억을 저장하는 데도 매뉴얼이 있다. 우리 뇌에 사용설명서가 있는 셈이다.
무언가를 기억에 저장하려면, 다음의 4단계를 거쳐야 한다. 1) 구체적 경험, 2) 성찰적 관찰, 3) 추상적 가설, 4) 활동적 실험이다. 이 4단계 중 하나라도 빠지면, 그 노력은 그냥 까먹는거다.
<혼자하는 공부의 정석>에서는 각 단계를 라면 끓이기에 비유했다.
1) 구체적 경험. 라면 끓이는 레시피를 읽는다.
2) 성찰적 관찰. 뇌는 장기기억을 뒤지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물 600mL'를 읽으면서, 어제 내가 마신 600mL짜리 파워에이드 페트병을 생각해본다.
3) 추상적 가설. 레시피를 읽고 실행하기 전, 가설을 세워본다. 라면을 끓일만한 냄비가 있나? 파, 오이, 민트 잎사귀 중 어떤 재료를 함께 넣어볼까?
4) 활동적 실험. 머릿속에서 이해한 대로 행동한다. 싱거운 국물, 치약맛 라면, 쫄깃한 면발을 경험한다.
5) 구체적 경험. 더 높은 수준의 경험을 가진다. 다시는 라면에 민트 잎사귀를 넣지 않을 테고, 물 양을 정확히 맞출 것이다.
'구체적 경험'과 '성찰적 관찰'을 이어주자. 그래야 진짜 집중이다. 지금 공부하는 내용이, 어떤 부분과 연관되는지 생각해보자. 내가 요즘 읽고 있는 'EPRI Power system dynamics tutorial'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겠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한다. 이 단어가 어떤 뜻이었는지, 어떤 어원에서 출발했는지 하나씩 떠올려본다. 그리고 이 문장에는 어떤 문법이 쓰였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마지막으로 내용을 연결한다. 내가 일할 때 P.U의 개념은 어떻게 사용했는지, 보호계전기는 단선도에 어떻게 표시했는지 떠올려본다. 이렇게 공부하면서 진짜 '집중'할 수 있다.
(사족 : 나는 군대 정신전력 문제를 후임들에게 알려줄 때도 이렇게 가르쳤다. "야 우리는 ㅇㅇ ㅇㅇㅇㅇ를 수호하고 조국 통일의 역군이 된다고 맨날 외치잖아. 그럼 답이 뭐겠어?")
구체적 경험과 성찰적 관찰은 '배움'에 가깝다. 추상적 가설과 활동적 실험은 '익힘'에 가깝다. 우리 뇌는 구조상 '배움'과 '익힘'의 두 부분으로 쪼개지기 쉽게 생겼다. 하지만 공부를 잘하려면 배움과 익힘이 모두 필요하다. 둘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매워야할까?
앞서 말했던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에 답이 있다. '피드백을 받는다' 혹은 '외웠는지 확인한다'에 해당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 책을 읽은 다음 글을 써보거나, 문제집을 풀어보고, 다른 사람을 가르치고, 책을 덮고 공부하는 이런 내용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배움을 넘어 익힘으로 나아가야 한다.
3. 공부 원칙
3-1 운동
공부의 시작. 운동하는 사람이 공부도 잘한다. 3가지 이유를 알아보자.
1) 우리 뇌는 최고의 상태가 된다. 운동을 하면서 뇌에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되기 때문이다.
2) 정보가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뇌의 시냅스(뉴런-뉴런 연결부분)에서는, 뉴런의 전기적 신호를 화학적 물질로 바꿔 전달한다. 이 화학적 물질이 세로토닌을 비롯한 '신경전달 물질'이다. 운동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한다.
3) 정보를 담을 그릇이 커진다. 운동을 하면 뉴런이 자라나기 때문이다.
2016년 8월, 거래소 인턴 생활을 떠올려봤다. 아침마다 1시간 정도씩은 회사 헬스장에서 운동한 다음 출근했다. 그 때 만큼 엄청난 퍼포먼스를 발휘한 적도 별로 없었다. 덕분에 인턴을 넘어 정직원으로 합격할 수 있었지. 그래서 컨디션이 아좋은 때일수록 운동을 해야 한다. 어딘가 몸과 머리가 찌뿌등하다면, 운동을 시작할 타이밍이다. 도수체조라도 좋으니 운동하고 시작하자.
3-2 목표
뚜렷한 목표를 가지자.
그 목표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자. 우리 뇌 속의 미엘린이 두꺼워진다. 그 덕분에 '목표 지향 매커니즘'이 작동한다. 목표에 가까워질수록 기분이 좋아지고, 목표에서 멀어질수록 기분이 나빠진다. 그래서 뚜렷한 목표를 정하고, 반복해서 생각해야 한다. 목표 지향 매커니즘에 올라타고 나면, 그저 기분이 좋아서 공부하게 된다.
3-3 반복
최고의 '반복법'은 없다. 최고로 많이 반복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최고의 무술은 없다. 최고의 무인이 있을 뿐이다. 반복은 모든 공부법의 핵심이다. 내가 아는 내용인지 확인하며 반복한다. 그리고 모르는 내용만 골라내어, 알 때 까지 반복한다. 반복해서 읽든, 쓰든, 책 덮고 설명하든 좋다. 그중에서도, 책을 덮고 무엇을 공부했는지 떠올리는 방법은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다. 일단 반복하자. 반복 앞에 장사없다.
3-4 몰입
Flow! 내가 알고 있는 그 '몰입' 맞다.
공부량이란, (공부시간) X (몰입도)로 나타낸다. 그만큼 몰입은 중요하다. 몰입, 플로우의 조건을 생각해보자.
1) 명확한 목표, 위에서도 말했다. 목표는 명확해야 한다. 그래야 목표 지향 매커니즘을 탈 수 있다.
2) 빠른 피드백, 문제집을 풀거나 책을 덮고 공부하자. 혹은 무언가 실행해보자. 방금 정한 명확한 목표에 가까워졌는지 멀어졌는지 피드백 받아보자.
3) 적절한 난이도, 난이도를 낮추는 마법의 방법이 있다. 과제를 쪼갠다. 큰 일을 작은 세부사항으로 나눈다. 이 과정에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까지 하기 때문에, 정말로 더 쉬운 일이 된다. (이끌지 말고 따르게 하라 서평 참고) 난이도를 높이는 마법의 방법이 있다. 제한 시간을 두는 것이다. 군대에서 정리하기도 시간 제한만 두면 한없이 어려워진다.
3-5 틈틈이
1분만 있어도 공부하자.
그래야 남들보다 앞서간다. 그리고 몰입도가 떨어지는 걸 막을 수 있다. 암기 노트를 들고 다니거나, A4를 16등분한 더블에이 메모지에 적어 다니거나, 스마트폰을 공부하는 도구로 만들거나, 그마저도 어려울 때는 머릿속으로 아이디어를 떠올려본다.
4. 생활 관리
4-1 습관
처음엔 어렵지만, 점점 쉬워진다.
습관을 들이기는 어렵다. 그 대신 습관이 들고 나면, 무엇이든 정말 쉽게 진행할 수 있다. 강성태 영단어 어원편의 66일 공부를 처음 마쳤을 때를 떠올려보자. 첫 시작에는 매일매일 하는 게 어렵고 두려웠다. 하지만 하루 10-20분 정도만 가볍게 진행하면서 습관을 들일 수 있었다. 그렇게 한 가지 습관이 들고 나면 새로운 습관을 붙여보자. 한 번에 하나씩, 차례차례 습관을 만들어보자.
습관을 쉽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3-4 몰입'에서 말했던 난이도 조절을 사용한다. 습관을 아주 작은 행동으로 쪼개서 시작해보자. 매일 운동하는 습관을 들인다고 생각해보자. 처음에는 매일 옷을 갈아입는 일부터 반복해본다. 그게 안되면 매일 운동복을 들고 1분 간 서있는 일부터 반복해본다. 어느 순간, 운동이나 하러 가볼까? 하고 운동을 시작할 수 있다.
4-2 식사
식사 습관이 규칙적 생활의 시작이다.
매 끼니를 제대로 챙겨먹으면, 생활이 규칙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다. 식사 할 때는 항상 '시험 전 날'처럼 먹는다. 순한 음식을 적당히 먹는다. 사람은 배가 부르면 생존 본능이 떨어지도록 진화했다.
4-3 수면
억지로 줄이지 말자.
수면 중에도 뇌는 장기기억의 저장을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많이 잘 필요도 없다. 수면의 양은, (수면시간) X (수면의 깊이)이기 때문이다.
1.5시간 수면 사이클 이론은 흥미롭다. 저녁에 첫 졸음이 찾아온 뒤, 1.5n 시간 뒤에 수면행 열차가 다가온다. 그 열차를 탑승해서 잠드는 것이다. 이를 응용해 평일에는 4.5시간, 주말에는 7.5시간 자는 수면법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BOQ에서 실험해본 결과, 생각보다 수면 패턴을 바꾸기 힘들다.
4-4 시간
우선순위를 정하자.
사람의 의지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니 어려운 일을 먼저 끝내자. 잘 모르는 부분 공부하기, 하기 싫고 미루고 싶은 일 처리하기. 그런 일을 먼저 해야 한다.
4-5 루틴
같은 원인에 같은 결과가 나온다.
컨디션에 상관 없이 퍼포먼스를 내려면 '루틴'이 필요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적는다. 그리고 실행한다! 일단 한다! 그 후에 피드백을 받으며 개선하면 된다.
5. 멘탈 관리
5-1 좌절감이 찾아올 때
人百己千.
좌절감은 두 가지 상황에서 나타난다. 1) 나보다 잘나가는 사람을 바라볼 때, 2) 너무 큰 목표를 마주할 때.
내가 더 노력해서, 두가지 모두 해결할 수 있다.
나보다 잘 나가는 사람은, 나보다 많이 노력했을 뿐이다. 나를 좌절하게 만들었던 동갑내기 유튜버 '대학생 김머신'을 생각해보자. 그 또한 하루 아침에 성공하지 않았다. 여러 번에 걸쳐 유튜브를 실패했었고, 장사를 배우기 위해 서면 길거리고 나아갔고, 사업계획을 하는 노력이 있었다. 니보다 많이 노력했을 뿐이다.
내가 더 많이 노력한다면? 나도 할 수 있다.
5-2 공부하기 싫을 때
살살 시작한다.
일단 시작하자. 자리에 앉고, 책을 펼쳐놓자. 몰입도는 천천히 올라간다. 몰입도가 올라갈수록 도파민이 분비되며 우리를 도와준다. 글쓰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한 문장, 한 문단 부터 써본다.
5-3 절망감에 빠질 때
지금, 여기에 집중하자.
해야 할 일이 많고 힘에 부치면 절망감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우리는 실제의 고통보다 훨씬 많이 힘들어 한다. 마음 속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결합해 스토리를 쓰기 때문이다. 그저 지금, 여기에 무엇이 있는지 집중하자.
에필로그. 우리의 삶이 바뀌는 순간.
<혼자하는 공부의 정석>을 처음 읽었을 때, 아무런 감동도 받지 못했다. 책의 모든 부분은 나의 삶과 동떨어져 있었다. 몇 페이지를 채 읽기도 전에 집중과 흥미를 모두 잃어버렸다. 그래서 이 책은 2년 넘도록 전자책 더미에 묻혀있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나는 지난 1년 동안 수십 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새로운 경험을 쌓았다. 책의 서두에서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에 들어있는 힌트들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라는 부분을 읽자 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가 이제서야 느낀 이 감정을 이 책에서 미리 표현하고 있었다! 그 뿐 아니다. 본문에서 나오는 뇌과학, 진화심리학을 비롯한 여러 연구의 내용, 그중에서도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이론은 내가 이미 접한 적 있기에 제대로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은 <통섭의 식탁>에서도 언급된다. 생판 모르는 분야의 책을 처음 읽으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두 권 세 권 읽다보면 신기하게도 내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고 했다. 그렇다. 일단 시도하고 반복하고 제대로 집중하면 우리의 삶은 바뀌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내 인생을 바꾼 '순간' 또한 존재한다. 유튜브 EO 채널에서 이동욱 개발자님의 영상을 본 순간이다. 그저 자신이 속한 자리에서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나도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 깨달음 덕분에 2020년을 의미 있게 보냈다. 그리고 지금의 2021년과, 앞으로의 인생을 바꿔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