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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10224, 이상한 휴가

군만두서비스 2021. 2. 25.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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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이상했던 날.


점심에 오마카셰를 갔다. 짬밥만 받아먹다가 오마카셰에 가니 기분이 울렁거렸다. 너무 극적인 수준으로 식생활이 바뀌어서 울렁거렸다. 잔잔한 분위기와 음악, 자상한 셰프님의 멘트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식당이었고, 그 완벽함은 7개월 만에 세상에 나온 나를 울렁이게 만들었다. 어딘가로 걷고 싶었다.


 



식당은 하필 고려대 옆에 있었고, 몇 발짝 걸어간 고려대 문과 캠퍼스에서는 졸업식이 한창이었다. 마지막 입시 도전에서 고려대에 떨어진 뒤로는 '고려'라는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Depression 되고는 했다. 이제는 그렇게 미웠던 고려대의 캠퍼스를 거닐고 졸업식을 지켜볼 만큼 기분이 회복되어 다행이다. 아니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래도 내심 마음 한켠에는 우울함이 남아있었는데, 그 우울함 덕분에 대단한 말 한마디를 질러버렸다. 사람들인 내면의 우울함을 바꾸기 위해 외면의 물리적인 수준에서 답을 찾는다고 한다. 보통은 그게 쇼핑이나 여행으로 이어져 안좋은 영향을 준다고 하지만, 최소한 오늘은 대단한 Action을 불러 일으켰다. 내가 떡을 팔기로 했다.

"사장님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사실 떡을 사기만 하러 온 건 아니고 제가 팔아보고 싶거든요.."

"나는 음식 가지고 장난 안쳐요."

그 단호했던 태도, 갑자기 들이닥쳤음에도 정말로 깨끗했던 공장, 사랑받으려면 보편타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언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사업이란 이런 분 하고 해야겠다. 이 물건 제대로 팔아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배움을 얻었다.

그리고 피자를 먹었다. 4캔 만원 맥주와, 이탈리아에서 가져온 작은 와인 한 병, 방금 가져온 떡 까지 도란도란 모아놓고 먹었다. 오늘은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기분이 울렁이는 날이었는데, 친구를 만나니 좀 나아졌다. 떡 몇개를 판촉용으로 놓고 왔다.


집에 와서 블로그를 열었다. 내 글에 감명받고 블로그를 시작했다는 전우가 첫 글을 올렸다. 정말 경이로웠다. 한 생명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건 실로 놀라운 일이다. 나처럼 그냥 아무 사람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였다니. 손이 떨리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기분 좋으면서도 책임감을 느낀다. 아 정말 꾸준히 해야겠다.

인생은 결국 신용도 싸움이다. 나 때문에 블로그를 시작했다는 낯선이에게, 나를 믿고 온라인 사업을 추진하는 사장님에게, 당당한 사람이고 싶다. Do ut Des. 당신이 나를 믿어줬으니, 내가 보답할 차례 아니겠는가.

무언가 많은 일이 지나갔던 2월의 하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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