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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10319, 번쩍

군만두서비스 2021. 3. 19.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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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 있다. Depression이 찾아오는 날.

Depression의 이유를 찾자면 끝이 없다. 휴가에서 복귀했고, 밥을 못 먹었고, 근무의 연속이고, 어쩌고 저쩌고

오늘의 Depression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극복했다. 그건 바로 스카이민혁의 '번쩍'이었다. 나는 그저 이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오만가지 감정이 사무친다. 아니 스카이민혁이 누구길래?



스카이민혁을 처음 만난 건 2020년의 어느 겨울이었다. 나는 군대에 있었고, 20대 초반의 피끓는 장병들은 '쇼미더머니9'에 푹 빠져있었다.

하지만 나는 쇼미더머니9이 무척 싫었다. 왜냐하면 하루종일 쇼미더머니 노래만 들어야했기 때문이다. 쇼미더머니 애청자들은 생활관 스피커를 장악하고 있었고, 나는 그때마다 생활관 구석에서 영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공부를 할 때마다 쇼미더머니 노래가 울려퍼지는건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다 '번쩍'을 들었다. 음, 전주의 비트가 참 좋았다. 공부를 내팽겨치고 음악을 감상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가수가 심상치 않았다. 떽떽 거린다고 표현해야 하나? 힙합에 조우가 깊지 않은 본인이 듣기에도, 이 가수는 실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번쩍은 그냥 '전주가 좋은 곡'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다 '번쩍'을 다시 들었다. 어느 날인가 TV에 쇼미더머니가 나오고 있었다. 그날따라 나도 함께 봤다. 그리고 번쩍 비트가 나왔다. 아, 이게 그 번쩍이구나. 번쩍은 1차 경연을 위한 곡이었다. 1차 경연은 두 아티스트의 대결이었다. 하나의 비트를 두고 두 명의 아티스트가 연습하다가, 경연 무대에는 한 명만 오를 수 있는 경연이었다.

음, 그런데 말이다. 내가 본 장면은 칠린호미가 건강 상의 이유로 하차하는 장면이었다. 스카이민혁이 1차 경연에 오른 데에는 저런 이유가 있었구나. 싶었는데. 생각없이 보고 있었는데. 그때부터 '번쩍'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스카이민혁의 진심이 느껴졌다. 무대에 올라서 어머니를 만날 때 무슨 생각이었을까, 무대에 못 올랐다면 얼마나 많은 수난이 있었을까, 그동안 무대 뒤에서 얼마나 많은 욕을 들어왔을까, 랩 진짜 못하는 자신이 여기까지 왔다고 고백할 때 얼마나 벅찬 기분이었을까.

그래서 이런 생각을 적어봤다,


1. 현재를 즐겨라
- 쇼미더머니 노래는 참 시끄러웠다. 싹 다 꺼버리고 영어 공부에 집중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영어회화 스터디 모임에 있었다면, 스카이민혁의 번쩍을 들을 일은 없었을테다. 오늘 이렇게 힘을 낼 수 도 없었겠지. 이 모든게 새옹지마요 표지였는지도 모르겠다.

2. 버텨라
- 스카이민혁은 최고의 래퍼가 아니다. (솔직히 나랑 별 차이가 없는지도..?) 하지만 끝까지 살아남았다.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1차 경연 무대에 오른건 '운'이었을지 모르지만, 그 운을 잡을 수 있었던건 스카이민혁이 끝까지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3. 스카이민혁이 훨씬 멋있다.
- 온통 스카이민혁 욕이다. 실력이 없다고 소리를 지른다고 다들 욕한다. 그래도 방구석에서 댓글로 욕하는 리스너보다, 쇼미더머니 무대에 오르고 실력있는 아티스트의 코칭을 받고 끝없이 도전하는 스카이민혁이 훨씬 멋있다. 나는 방구석에서 전세계 힙합을 주름잡기보다, 자기 무대에서 떽떽거리는 스카이민혁이 되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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