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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도파민형 인간>, 저는 아니었네요

군만두서비스 2021. 5. 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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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파민형 인간인가?’에 대한 답을 숫자로 찾아봤습니다. 우연히 접한 정치 성향 테스트를 이용했는데요. 정치 성향과 도파민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다는 Chapter 5 내용을 바탕으로, 저의 정치 성향이 곧 저의 ‘도파민형 인간’ 척도라고 가정했습니다.

 

결과는 10점 만점에 4.7점짜리 도파민형 인간이었습니다. 물론 유전적 요소와 사회적 요소가 고려되지 않은 테스트였습니다. 하지만 그저 농담으로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정확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정말로 중간 어디쯤인 사람이거든요. 

 

자동차 변속기를 조작하면 차가 전진하기도 후진하기도 하듯이, 저는 도파민형 인간과 현재지향형 인간 사이를 왔다 갔다 합니다. 덕분에 양쪽의 마음 모두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도파민과 현재지향 사이의 ‘번역가’가 되었다는 마음으로, 저의 정신 상태를 정리해보았습니다.

 

 

나는 어떻게 ‘현재지향형 규민’이 되는가?

 

현재지향#1 두려움

 

이번 책에서도 ‘두려움’은 효과적인 설득기법이라고 설명합니다. 투표장에 손 세정제를 비치했더니 보수(현재지향) 진영을 선택한 비율이 높아졌다는 사례도 소개하죠. 그래서 ‘현재지향형 규민’이 되고 싶을 때는 두려움을 적극 활용합니다.

 

그중에서도 ‘끝’ 혹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도움을 줍니다. 물론 죽음에 대한 생각을 ‘두려움’ 한 단어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마 책 한 권을 쓰더라도 죽음에 대해 모두 설명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다만, 죽음 앞에서 모두가 작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무리 성공한 사람이더라도 결국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날 날이 오게 되고, 그 떠날 날이 47년 2개월 뒤인지 혹은 1분 12초 뒤인지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죽음을 생각할수록 지금, 여기, 현재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현재지향#2 몰입 FLow

 

지금, 여기, 현재에 온전히 집중합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무언가에 집중해본 적 있으시지요!? 혹은 지금 하는 일이 너무나 즐거워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다면 웬만한 장애물 따위는 없애버리고 싶었던 적도 있으실 거에요.

 

칙센트미하이는 이런 경험에 ‘Flow’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몰입’으로 번역되었지요. 

 

저는 가벼운 조깅을 하거나, 지금처럼 글을 쓰고 있을 때 Flow를 느낍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Flow를 불러일으키는 활동이 하나씩은 있을 거에요.

 

일단 한번 몰입하고 나면 머릿속이 깨끗해집니다. ‘10년 뒤에 뭐하지?’ ‘연애를 시작할 수 있을까?’ 같은 고민도 사라지고, 지난달에 만들었던 흑역사도 깨끗이 사라집니다. 바로 그 상태에서 지금, 여기, 현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Flow는 ‘도파민형 규민’에게도 유용한 수단입니다. 왜냐하면 Flow는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도움을 줄 수 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달리기와 글쓰기를 생각해보세요. 달리기는 ‘도파민형 규민’의 허벅지를 탄탄하게 만들어주고, 글쓰기는 ‘도파민형 규민’이 한층 더 추상적이고 멀리 있는 꿈을 꾸도록 부추깁니다.

 

 

 

나는 어떻게 ‘도파민형 규민’이 되는가?

 

도파민#1 아무 생각이 없어요

 

‘도파민형 규민’의 정신 상태는 Flow와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한 마디로,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지난달 ‘부의 주인은 누구인가’ 모임이 끝나자마자 신논현역 교보문고에 갔습니다. 이번 책 ‘도파민형 인간’을 사기 위함이었고 그야말로 ‘도파민형 규민’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사건이었죠.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요? 아무 생각도 없었습니다.

 

이처럼 ‘도파민형 규민’은 무작정 새로운 일을 만들어놓고 내일의 규민에게 책임을 떠넘깁니다. 그렇게 시작했음에도 잘되는 일이 있는가 하면 처참하게 실패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성공인지 실패인지와 관계없이, 새로운 경험은 그 자체로 좋은 경험이 되어주곤 했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도파민형 규민’이 되고 싶을 때는, 억지로라도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가 되어야 하겠네요.

 

 

도파민#2 작은 일부터 시작해요

 

어떻게 하면 아무 생각도 없어질까요?

 

매일매일을 ‘도파민형 규민’으로 살아간다면 쉽게 답변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겨우 4.7점짜리 도파민형 규민입니다. 그래서 ‘도파민형 규민’으로 변화하기 위한 나름의 제어장치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합니다. ‘와 겨우 저걸 한다고?’ 싶을 만큼 아주 작은 일이죠. 

 

예를 들면, 엄청나게 큰 목표를 잘게 나눠요. 저는 요즘 식품유통사업에 도전해보려고 준비 중인데요. 유통도 사업도 처음 해보는 일이라 상당히 막연하고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그럴 때에 목표를 하나씩 쪼개면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면 ‘오늘은 유통전문판매업의 정의가 나온 법령을 찾아봐야겠어.’ 하는 식으로 작은 목표를 세우죠. 그 작은 목표를 이루고 나면 다시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할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지자체 위생과에 연락해보고 ‘제2종 근린생활시설’이 도대체 뭔지 찾아보는 식으로 작은 목표가 계속 이어지죠. 그렇게 하나씩 해치우다 보면, 어느샌가 아무 생각도 없이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고 더 많은 것을 갈망하는 ‘도파민형 규민’을 마주합니다.

 

 

나는 어떻게 ‘조화로운 규민’이 되는가?

 

조화#1 군대

 

개인적으로 도파민형 인간의 결론은 소름 돋았습니다. 이 책의 결론은 도파민과 현재지향의 조화를 이루자고 말하고, 그 방법으로 뜨개질이나 모형 비행기 제작 같은 소일거리에 도전하기를 권장하는데요. 사실 군대야말로 ‘조화’를 이루기에 완벽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감시장비정비병’이라는 병과로 복무하고 있는데요. 어려운 이름과 달리 하는 일은 간단합니다. 사용하면서 깨진 부속품들을 교환해주는 게 주요 임무이지요. 오로지 머리와 손재주만으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몇 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금방 결과물이 눈으로 보이는 일이기도 하죠.

 

게다가 군대에서는 온갖 ‘작업’에 참여하는데요. 나무를 베거나, 쓰레기를 줍고, 건물 옥상에 CCTV를 설치하는 일까지 ‘작업’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물론 ‘작업’에 참여하는 것은 아주아주아주 귀찮은 일입니다. ‘사람이 이걸 할 수 있을까?’ 싶은 작업도 많았어요. 하지만 그런 작업을 어떻게 완수할지 고민하면서 ‘도파민형 규민’이 깨어납니다. 그리고 어려운 작업을 끝났을 때 찾아오는 성취감은 ‘현재지향 규민’이 살아나게 만들죠.

 

 

조화#2 요리

 

집에서는 ‘요리’를 하며 조화를 이뤘습니다. 요리 또한 군대의 작업과 비슷한 과정을 거치거든요. 오늘은 무얼 먹을지 고민하는 일부터 도파민의 영역이죠. 그다음에는 장보기, 재료 손질, 조리, 설거지까지 세부 실행계획을 세우고요. 이 역시 도파민의 영역입니다.

 

그리고 요리의 각 단계야말로 ‘현재’에 집중하도록 만들어줘요. 저는 칼질을 잘 못 하기 때문에, 칼을 쥐고 다른 생각을 하다가는 무언가 잘못되기에 십상입니다. 그리고 온갖 수난과 역경을 딛고 완성된 음식을 먹을 때, 그 순간에 느껴지는 감정은 바로 지금, 여기, 현재에 존재하는 감정이지요. 요리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벌써 배고프네요.

 

 

 

마지막으로,

 

소설 ‘연금술사’를 다시 읽어봤습니다. 왜냐하면 ‘The Molecule of More’라는 도파민형 인간의 영어 원제와 ‘연금술사’의 이야기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거든요. (‘연금술사’는 양치기 소년이던 주인공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역시나 도파민 이야기를 듣고 ‘연금술사’를 읽어보니 색다른 관점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 마음에 들었던 한 문장으로, 독후감을 마치고 싶습니다.

 

 

산티아고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바람의 자유가 부러웠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자신 역시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떠나지 못하게 그를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자신말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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