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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지금입니다 (2021.05)

군만두서비스 2021. 7. 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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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휘야, 우리 부대에는 왜 MAXIM이 없지?”

 

“...”

 

나는 MAXIM이 군대의 전부인 줄 알았다. 이게 다 내 친구 정휘 때문이다. 정휘는 롤린 1세대였다. 2017년에 입대했고 ‘롤린’의 유행을 함께했다. 덕분에 나도 입대 전부터 브레이브걸스를 알았고, 정휘의 부대로 MAXIM도 선물했다. 그중에는 꼬북좌 유정이 표지 모델이었던 2017년 5월호 MAXIM도 있었다. 여하튼 그 무렵에는 내 친구들 대부분이 군인이었고, 나는 그렇게 반쯤 군인으로 살다가 2020년이 되어서야 입대했다. 군대에 오면 MAXIM이 쌓여있을 거로 생각했다. 순전히 나의 착각이었다. 군대에 오고 나서 2달 동안, 자대에 오기 전까지, MAXIM은 물론이고 어떤 잡지도 만나지 못했다. 주변에 있는 거라곤 국방일보와 몇몇 진중문고 서적이 전부였다. 자대에 와서야 ‘북카페’라는 걸 처음 접했고 거기에는 무언가 수많은 잡지가 쌓여있었다. ‘HIM?’ 예상치 못한 제목이었다. 이건 마치 크림우동을 먹으려고 PX에 갔더니 아보카도 샐러드가 나를 맞이하는 기분이었다.



[2020년 5월의 HIM : 유현준]

 

한동안 HIM을 읽지 않았다. 그 대신 진중문고에 푹 빠져 지냈다. 처음 만난 북카페에는 흥미로운 진중문고가 가득했고, 그 책들은 대부분 아무도 손대지 않은(!) 그야말로 새 책이었다. 이 책들을 내가 원하는 만큼 읽을 수 있다는 생각에 북카페는 나만의 공간처럼 느껴졌다. 그 덕분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 북카페를 정리했다. 비슷한 주제, 비슷한 표지 색깔 별로 책을 분류해서 서재를 정리했다. 물론 HIM도 정리 대상이었다. 그래서 몇 년 치 HIM을 정리하다가. ‘유현준?’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진중문고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저자, 알쓸신잡에 출연했고, 여러 강연에 초청받는 건축가 유현준 교수님. 그분의 인터뷰가 HIM에 실려있었다. 때마침 교수님의 저서를 재밌게 읽었던지라 HIM 인터뷰에도 관심이 갔다. 그래서 HIM을 읽기 시작했고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인터뷰가 유달리 재미있었다. 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생활관’ 이야기부터, 군 생활이 인생에 주는 의미까지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나도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은 그렇게 시작했다.



[2021년 1월의 HIM : 이규민]

 

 ‘정리…’ 어느새 정리를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HIM 병영 리포터 활동을 시작했고, 첫 번째 에세이 주제 ‘정리’를 고민하고 있었다. 쉽지 않았다. 호기롭게 시작한 활동이었는데, 막상 글을 쓰려니 온갖 핑계와 어려움이 스쳐 갔다. 연말이라 행사도 많았고, 대학교 학위강좌 레포트도 써야 했고, 그동안 에세이를 써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툭- 내 감정을 꺼냈다. ‘정리’라는 말만 듣고도 무서워하는 전우들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어찌어찌 글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뭐, 내가 보기에도 산만한 글이었다. 그래도 완성해서 마감 전에 보냈다는 데에 의미를 두고 끝냈다. 그리고 내 에세이를 잊어갈 때쯤, 문자로 문화상품권을 보내주셨다. 내가 쓴 글이 HIM에 실렸구나! 기분이 오묘했다. HIM의 어느 한 페이지에 내가 쓴 에세이와 내 이름 석 자가 걸려있었다. ‘나에게도 기회가 오는구나.’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2021년 5월의 HIM : 지금]

 

우리에게는 세 가지 ‘금’이 있다. 황금, 소금, 그리고 ‘지금’. 나에게 최고의 HIM은 과거에 있지 않았고 아마 앞으로도 없을 거다. 최고의 HIM은 그저 ‘지금’ 이다. 지금의 HIM을 읽기 위해서 누군가는 글을 적었고, 다른 누군가는 사진을 편집하거나, 또 다른 누군가는 광고로 보탬이 되어주셨다. 그 모든 하나하나가 더해져 ‘지금’의 HIM이 되었다. 거기에 내 생각 몇 글자를 더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그래서 바로 지금이 나에게는 최고의 HIM이다.

 

좀 오글거렸나? 슬램덩크를 봤다면 내 마음을 이해해줄 텐데. 슬램덩크는 안 봤어도 아이유는 다들 좋아하지 않을까? 아이유는 노래에 ‘나이’를 담는다. 팔레트를 들으면 25살의 단발 아이유가 떠오르듯이, 시간이 지나도 자신의 ‘지금’을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HIM에 군 생활을 담는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고 지금의 글을 들춰볼 때 ‘아, 2021년 5월의 나는 그런 생각이었지. 그 순간은 다시 생각해도 최고였네.’ 하고 웃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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