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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서평]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군만두서비스 2020. 8. 12.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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終点(종점)이 始点(시점)이 된다. 다시 始点이 終点이 된다.

「終始」

 

오늘도 汽車(기차)는 몇번이나 無意味(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停車場(정거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
-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1942年 5月 13日 「사랑스런 추억」

 

 

1. 육군종합군수학교에서...

육군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종합군수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여기서의 3주 생활은 다시 정리하기로 하고, 책 이야기를 기록해본다. 군수교에서는 독서에 조금 소홀했다. 육군훈련소와 다른 환경을 변명거리로 삼고 있다. 군수교 병기교육대는 침상을 사용하고 IPTV가 있다. 침대를 사용할 때처럼 개인공간이 있지도 않고, IPTV로 이태원 클라쓰니 유튜브 영상이니 보고 있으면 시간도 금방 지나간다. (그래도 이태원 클라쓰는 정말 재밌게 봤다. 나중에 글로 남겨야지) 무엇보다도, 군수교는 학교이기 때문에 매일 공부해야 하는 내용이 있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시험도 봐야 한다. 이렇게 이리저래 지내면 남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가진 책이라고는 진중문고(국방부 제공 무료서적) 윤동주 시집 한 권이 전부였고, 틈틈이 시간 내어 읽기에는 시집이 알맞기도 했다. 이렇게 책을 읽었다.

 

2. 윤동주를 읽다.

나는 윤동주 시인을 참 좋아한다. 별다른 이유가 있는건 아니고, 내가 가장 잘 아는 시인이라 가장 좋아한다. 영화 <동주>도 감명깊게 보고, 도서관에서 깔짝깔짝 시집을 펼쳐보기도 했지만,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누구나 읽어봤을 「서시」를 지나서 내가 자주 읽었던 시도 나오고, 처음보는 시도 나왔다. 알고있는 시가 나올 때면 반가운 마음에 차근차근 읽었고, 처음 접하는 시는 새로운 마음으로 좋은 문장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年輪(연륜)이 자라듯이
달이 자라는 고요한 밤에
달같이 외로운 사랑이
가슴하나 뻐근히
年輪처럼 피어나간다。

1939年 9月 「달같이」

 

그리고,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시 하나하나가 새롭게 느껴졌다. 가만히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매일 만나는 내 모습도 낯설고 색다르게 느껴지는 날이 있지 않은가..!? 그런 느낌을 받았다. 나름 생각하기에는 두가지 이유 때문에 이 느낌이 오는 것 같았다. 하나는 여기가 군대 - 군수교는 군대라기엔 너무 편하지만, 어쨌든 군대 - 이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내 자신이 예전에 윤동주를 읽을 때 보다 성장했기 때문이다. 군대 이야기부터 해보자. 초반에 갖은 불평을 늘어놀긴 했지만, 그러멩도 군수교 생활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럽다. 그런 생활환경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상상해보자. 20대 초반 비슷한 나이대의 남자들 여러 명이 보여 병기(사격기재 정비에 관한 기술교육을 받는 환경이다. 서정적인 감정과 시집은 낄 자리가 없어보이는 딱딱한 환경 속에서 윤동주의 시를 읽으며 사색에 잠기는건 꽤나 낭만적이었다. 이전에 윤동주의 시를 읽을 때 보다 내가 성장하긴 했구나 싶은 생각도 많이 들었다. 같은 구절을 읽더라도, 그 구절을 바라보며 훨씬 많은 생각과 추억이 스쳐갔다.

 

하나, 둘, 셋, 네

... ... ... ... ... ... ...

밤은

많기도 하다。

「못 자는 밤」

 

少年(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어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골 - 아름다운 順伊(순이)의 얼골은 어린다。

1939年 「少年」

나름대로 경험과 연륜이 쌓인 기분이다. 어떤 경험들은 너무나 피하고 싶고, 어떤 일들은 나에게 아무 도움도 안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고 되짚어보면 그 모든 경험이 겹겹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다. <연금술사>를 읽으며 희미하게 느낀 이 감정은 이번기회를 통해 선명하게 느꼈다. 오늘 내가 보내고 있는 시간들도 차곡차곡 쌓여 또 다른 나를 만들어주겠지.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재미를 군대에서 느끼고 있다.

 

https://blog.naver.com/awana2006/221879653471

 

 

3.맺는 말

몇 주 만에 글을 썼더니 의식의 흐름 대로 흘러갔다. 그리고 빼먹은 내용이 하나 있더라. 윤동주 유고시집을 '끝까지'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동안 깔짝깔짝 읽다가 중도포기를 해버렸는데 이번에는 마지막까지 쭉 읽었다. 끝까지 읽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참 뿌듯한 경험이었다. 군대에 오고나서 이렇게 뿌듯한 일이 꽤 많다. 다음에 서평과 별개로 정리해야겠다.

 

오늘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2020.5.24 대전 육군종합군수학교에서 씀. 끝.

 


 

*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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