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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일기] 201002

군만두서비스 2020. 10. 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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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게 너무 어렵다. 마음놓고 글 쓰는 방법을 잊어버려서 그런가보다. 요 근래에, 글 쓰는 게 일이 되어버렸다. 대입 수시 자기소개서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쓰는 글처럼 작성할 수 없으니, 정말 힘들다. 왜 힘들까? 나도 잘 모르겠는데, 일단 적어보자.

첫째로, 글자 수의 압박을 받았다. 내가 좋아서 쓰는 글은 내 마음대로 쓰면 된다. 길면 긴대로 짧으면 짧은 대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된다. 반면에, 자기소개서는 엄격한 분량 제한이 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분량이다. 나는 그 몇천자의 분량 제한이 너무 길다고 생각해왔다. 무슨 이야기를 더 써야할 지 고민하곤 했다. 올해는 그 반대다. 어떤 이야기를 빼야할 지 고민이다. 초고를 작성하는 일은 수월했다. 서평을 작성하고, 일기를 쓰다보니 글쓰기가 한결 나아졌다. 내가 말하고 싶었지만 머릿 속에서만 맴돌던 감정들, 내가 고등학교에서 배우고 느낀 소중한 경험들을 시원하게 뱉어냈다. 그런데, 겨우 몇천자로 내 인생을 보여줘야 한다니! 초고의 절반을 삭제하고도, 아직 한참 더 수정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한 글자, 한 문장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었다. 진짜 힘들었다.

둘째로, 문장의 깔끔함에 집착하게 되었다. 내 블로그에는 내 마음대로 글을 쓴다. 문장을 굳이 단문으로 바꿀 필요도 없고, 내 감정을 기록하고 싶으면 미사여구도 적극 활용한다. '누가 여기까지 와서 서평과 일기를 읽어보겠어?' 싶은 마음 때문이다. 읽을 사람은 어차피 읽을 테니 시원하게 문장을 뱉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자기소개서의 독자는 다르지 않을까? 수많은 학생의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를 읽는 일로 심신이 지쳐있을거다. 아니, 지치고 귀찮고 피곤하다고 확신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말이다. 나도 회사에 다니는 동안, 몇몇 서류 평가에 참여했다. 길어야 사흘 정도의 시간 동안, 몇몇 회사의 서류를 검토하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도, 하루종일 서류를 읽다보면 눈이 아프고 좀이 쑤셨다. 그 시절의 기억을 되짚어보며, 자기소개서를 읽고 계실 입학사정관의 마음을 생각해봤다. 얼마나 지치고 힘드실까! 자기 손에서 수많은 학생의 인생이 결정되지 않는가. 지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일로 지치셨을 분들에게, 대충 쓴 문장을 드리기 싫었다. 그래서 자꾸 단문으로 자르고, 문장의 앞뒤를 살피고, 이해가 가는 지 읽어보곤 했다. 그러다가 문장의 '깔끔함'에 집착을 가지게 되었다. 그 집착이 퇴고 단계에서만 적용되면 좋으련만, 자꾸 초고를 쓸 때 부터 머릿속을 맴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보다 '문장은 깔끔해야지!' 하는 강박감이 먼저 튀어나온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게 어려워졌다.

셋째로, 글의 논리에 신경쓰게 되었다. 이건 조만간 <작가의 문장수업> 서평에서 다뤄야 겠다.


이만, 근무 투입을 준비할 시간이다. 편한 글로 다시 돌아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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