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만두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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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1231 - 210101

군만두서비스 2021. 1. 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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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31

2020년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이곳은 ***중대 행정반 안쪽 행보관실입니다. 이번 1년을 돌아보니, 참 많은 일이 지나갔네요.

고려대를 떨어지고, 여자친구와 헤어지며 시작한 2020년은 그 덕분에 더 재미있는 1년이었습니다. 연초 구정에는 속세를 버리고 떠난다는 마음으로 유럽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대한민국 인천을 시작으로. 언제타도 기분좋은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인천공항(ICN)으로 가는 길


첫 도착지는 독일 프랑크프루트. 엄마도 저도 처음 경험한 독일 공항과 지하철 앞에서 우왕좌왕하기도 했지만, 별 사고 없이 숙소에 도착했죠.

프랑크프루트
ICE(이체) 독일의 고속열차



그리고 기차 시간을 앞당겨 일찍 도착한 베를린. 베를린의 숙소는 좋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머니도 베를린에 꽤나 좋은 기억을 남기셨네요. 베를린 하크셔막트 지역의 활기찬 분위기와, 현지 가이드님의 투어와 사진촬영, 맛있는 맥주(를 마시다 사랑니 빠진 자리가 덧났지만), 수제 햄버거, 자전거를 타고 다닌 시내의 풍경까지 생생합니다.

베를린 슈프레 강.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근처에서 바라봄

 

베를린. 버거마이스터. 대단한 수제버거

 

베를린, 학살된 유럽 유대인을 위한 기념물

 

베를린 돔에서 바라본 TV타워



후지기로 소문난 베를린 공항을 무사히 지나고 파리에 도착했습니다. 별다른 여유없이 사크레쾨르 성당이 있는 몽마르뜨 언덕을 올랐습니다. 그 다음 순서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루브르 박물관 가이드 투어, 오랑주리 미술관, 파리 순복음 교회,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guy saboy), 퐁피두 센터를 휘젓고 다녔습니다. 그러고도 아쉬워서 자전거를 타고 에펠탑, 개선문, 센 강을 그리고 샹젤리제 거리를 하염없이 돌아다녔습니다.



바토무슈 유람선 위에서는 한국인들이 모여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chainsmokers의 paris를 들으며 처음 마주한 개선문 앞에서 입을 떡- 벌렸으며, 에펠탑이 잘 보이는 공원에서 버스킹 공연을 들으며 외국인의 사진을 찍어주었고,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를 어느 할머니의 호의 덕분에 무사히 타고 돌아와, 마트에서 이즈니 버터와 Kiri 크림치즈를 샀고,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바게트를 사서 맛있는 아침을 먹었습니다.




파리에는 '사랑'이 가득했습니다. 지하철 안에서도 자유롭게 키스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누군가와 사랑하고 싶었고, 그런 나에게 다가와준 한국인도 많았고, 이번 여행에서 내가 가장 사랑한 도시였습니다. CDG로 들어온 파리를 ORY로 떠났습니다. 프랑크프루트 -> 베를린은 이체(ICE) 열차였고, 베를린-> 파리 -> 로마는 모두 easyjet 항공기를 이용했습니다. 좌석은 좁고 짐칸은 부족해 산국산악회 배낭을 낑낑 안고 다녔지만, 악명높은 수하물 사고, 비행기 지연이 없던 것만 해도 다행이었네요.




FCO는 제 손바닥 같았습니다. 반년 쯤 전에 와본 적 있었고, 로마 시내의 숙소 위치도 비슷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로마는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무엇이 좋고 나쁜지 대강 알고 있었기에, 나에게 맞는 즐거운 경험을 극대화 할 수 있었습니다. 파스타와 와인을 즐겼고, 티라미수와 젤라또를 즐겼죠! 미켈란젤로 천장화와 카타콤베 투어를 위해 가이드투어를 신청한 건 잘한 일이었으나, 빡센 일정 탓에 어머니는 지치기도 하셨네요. 여하튼, 여행이 마음에 드셨는지 어머니는 피렌체에서 며칠 더 머물기로 하고 떠났습니다.


 



저는 로마에 혼자 남아 기념품을 사고, 나보나 광장에서 젤라또를 먹으며 여유를 즐기고, 테르미니 지하에서 마스크 10장을 (이 때, 대한민국은 마스크 품귀현상이 일었고, 약사는 마스크 사가는 나를 이상하게 봤으나, 그 뒤로 이탈리아가 더 심각해졌다.) 사고, 마지막으로 '바울의 셋집'에 갔습니다.


바울의 셋집은 유럽 여행의 마지막 코스이자, 주인공 같은 곳이었습니다. 유럽 여행 직전에, 전ㄴ 성경 1독을 끝냈거든요. 신약성경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바울이란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가택연금 당하여 삶을 보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여행 가기전에 가장 기대했던 곳이 바로 '바울의 셋집'이었습니다. 그곳은 로마 템페레 강변에 있습니다. 누군가 말하기를, 바울의 천막 만드는 기술을 위해 강가에 살아야 했다고 말했는데 정확한 기억은 나질 않습니다. 여하튼 그곳은 로마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어느 골목에 덩그러니 있었습니다. 이제는 바울의 셋방위에 성당을 건축하여, 큰 건물이 되었지요.


하지만, 바울의 셋방은 정말 볼 게 없었습니다. 아니, 볼 게 없어서 오히려 놀랍고 많은 울림을 준 곳이었습니다. 그 방은, 그저 우리가 '원룸'이라고 부를만한 사이즈의 방 하나 뿐이었거든요. 방 전체를 둘러보는데 3분이면 충분했습니다. 방을 돌아보는 시간보다,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훨씬 길었습니다. 이곳에서, 성경을 쓰고 사람들을 권면했을 바울의 모습을 생각해봤습니다. 충만한 바울의 기쁨은 이 작은 방에서 시작했다는게 많은 울림을 줬습니다. 그래서 성경을 펼쳐 바울의 이야기를 다시 읽었고, 그것이 로마에서 보낸 마지막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익숙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코로나 19라는 전염병이 국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을 출발할 때만 하더라도, 비행기 안에서 마스크 쓴 사람 보기가 힘들었는데, 이제는 승무원부터 시작하여 거의 모든 승객이 마스크를 쓰고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갑작스럽게 시작되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집에 돌아왔지만,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외국에 다녀왔고, 공항에서 중국인을 만났기 때문에 2주 동안 마스크를 끼고 살았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사무실 안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지내는 풍경이었기에, 제가 이상해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마스크를 끼고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유럽여행 이후로는 다시 기억이 뒤죽박죽합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건 여행을 다녀온 뒤부터, 저는 군대에 입대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친했던 사람들과 한 명씩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3년 반이 넘는 시간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누려왔던 일상, 그리고 '항상' 함께였던 사람들과 작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매 주말이면, 나를 집으로 데려다준 나주역

 

초코파이 한 박스를 선물받고, 마지막으로 퇴근하던 날

 

그날 밤에는, 성대한 만찬을 얻어먹었다.

 

그 다음 날에는 엄청난 육회 비빔밥을 먹었고

 

그 다음 날에는 친구의 추천을 받아, 광주 시내의 분위기 좋은 식당에 갔다.

 

그 다음 주에는 제주도에 갔다. 흑임자 라떼를 마셨고

 

내 생애 처음으로 와인바를 경험했으며 (사실 이 때 부터는 기억이 흐릿해졌다)

 

친구를 만나 호텔 맥주도 마시고 (어떻게 살아남았지?)

 

김포공항에 내리자마자, 또 다른 친구와 함께 샤로수길을 들렀다.

 

입대 직전에는, 어머니와 집 근처에서 시간을 보냈다.



생각해보면, 나를 사랑해준 사람들이 참 많았고,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도 참 많았다. 군대 덕분에 소중한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나에게 '당연히' 존재했던 것들은 군대 덕분에 '소중한' 존재로 다가왔다. 대신, 그 사랑 덕분에 살이 좀 많이 쪘다.


많은 생각을 남기고, 나는 육군훈련소에 입대했다. 군대 이야기는 블로그에 소상히 남겨두었다.

https://friedmandu.tistory.com/m/16

[군대] 훈련 일기

2020.08.08 본인은 2020년 3월 30일부터 5월 7일까지 육군훈련소 훈련병으로 지냈으며, 5월 7일부터 5월 28일까지는 육군종합군수학교에서 후반기 교육을 받는 이병이었다. 훈련 기간 동안 '소중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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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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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새해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2021년의 첫 날이고, 어제는 2020년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어제는 참 많은 일이 지난간 하루였어요. 아침부터 갑자기 외진 진료를 받느라, 하루종일 병원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뒤에 부대로 돌아오니, 모두 퇴근하실 시간이었고, 그래서 지나가면서 보는 둥 마는 둥 연말연시 인사를 나누곤 했습니다. 2020년의 마지막 국기조에서 저는 "국기에 대하여 경례"를 크게 외치며 일과를 마쳤습니다.

개인정비 시간도 바빴습니다. 가족, 친구들과 연락을 나눴거든요.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보고싶던 친구가 잘 지내고 있는지 전화하다가 핸드폰 제출 시간 때문에 아쉽게도 헤어지고, 새해가 정말 코앞이었습니다. 마지막 저녁 점호를 마쳤고, 생활관 전우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을 남겼고, 야간연등을 위해 행보관실로 들어갔습니다.

연등을 마치고, 불침번 근무에 들어갔습니다. 새해를 행정반에서 맞이하는 근무였죠. 이름이 같고 성이 다른 알동기 전우와 함께 근무 투입했습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국방망 서버 시간을 확인하며 우리만의 조촐한 카운트다운을 셌죠. 3, 2, 1.. 아, 새해다! 하는 순간 문이 벌컥 열리며 BOQ 간부님 두 분이 오셨습니다. 새해 인사를 드리려고 잠시 행정반에 들르셨더군요. 두 분 덕분에 새해 시작부터 기분 좋은 덕담이 오갔고, 근무시간은 그렇게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알동기 근무자, 친한 당직사관님, 또 뵙고싶은 BOQ 간부님 덕분에 새해 시작부터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조금 늦게 일어나도 되는 날이었는데, 전우의 코골이 소리 덕분에 그리고 저의 생체리듬 덕분에, 완벽히 똑같은 시간에 일어났습니다. 아침부터 일출을 보겠답시고, 추위에 벌벌떨며 1시간 남짓 기다렸습니다. 그러다 막상 일출은 허무하게 봤네요. 일출 포인트에서 해가 뜨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원사님 한 분이 "야, 거기서 보이냐?" 라고 물어보셨습니다. 원사님 자리로 가보니, 이미 해가 떠있지 뭡니까. 그렇게 조금은 허무하게 일출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정신 없이 2021년 1월 1일이 갔습니다.

이제는 2021년 계획을 좀 정리해보려 해요. 사실 별다른 계획이 있는 건 아닌데, 글을 쓰다보면 계획이 생기거라 믿고 글을 쓰는거죠.

우선, 2020년 목표였던 독서, 영어, 체력, 전기기사를 위주로 2021년 계획을 세워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정신없이 지나갔으니, 이번 1월 한 달동안 천천히 계획을 세워봐야죠. 우선, 오늘은 간략한 정리만 해보겠습니다.


독서 : 책 100권 읽기. 2020년의 독서는 '2주에 1권 읽고 서평쓰기'였습니다. 올해는 더 많은 책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 성경책은 66권의 작은 '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니, 나머지 34권만 읽어도 성공일지도..?)


글쓰기 : 2주에 1포스팅 작성. 블로그 포스팅은 네이버에 업로드하고, 나의 일기와 100권의 독서 기록은 티스토리에 업로드해서 분리해야겠다. 참고로 글쓰기는 전역 후에도, 손으로 써야한다, 손으로 플롯을 구상하고 어느정도 살을 입혀둔다. 그 다음, 블로그에 타이핑 하면서 마지막으로 구조를 점검하고, 살을 붙이고, 이상한 부분을 다듬는거다. 구조화 작업은 손으로 하면서 손목의 고통과 느리게 쓰는 글씨의 괴로움 사이에서 글의 생각을 정리하고 글의 숲을 생각하며, 독자가 이 글을 읽는 동안 얼마나 지쳤을지 느껴야 읽기 쉬운 글이 된다.


영어 : 외국인과 대화하며 친해질 수 있는 정도. 다급한 상황에서, 침착하게 나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정도. 지금까지 해온 강성태 영단어&영문법 시리즈를 꾸준히 하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별다른 좋은 방법이 아직은 없네요.


체력 : 잔지바르 섬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을 정도. 21km 마라톤 완주 경험 쌓기. 2020년에 퀀텀 점프를 이뤄낸 체력 부문. 2021년에는 퀀텀점프를 기대하기보다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보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전기기사 : 깔끔히 보류. 다른 계획과 시너지가 전혀 안보입니다.


사랑 : 올해는 사랑을 해야겠습니다. 이성친구를 사귀는 사랑은 내 마음이 아니지만,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래도 이성친구를 사귀면 더 좋겠네요 ^^)


전역 : 다시 사회로 나아가기. 올해는 전역의 해입니다. 이제 군대 생활이 절반 넘게 지나갔고, 출구 전략을 짜야하는 때가 왔습니다. 어영부영하다가 전역하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안에만 있던 제가 갑자기 사회로 나가 자유를 맛본 2016년부터, 저는 한동안 시련을 겪어야 했거든요. 사회에 나가서 자유를 만끽하고 그 책임을 다하려면, 지금부터 미리 준비해야겠습니다.

나는 어디서 살 것인가? 어떻게 생활할 것인가? 군대에서 시작한 독서, 글쓰기, 영어, 체력을 어떻게 사회에 접목시킬것인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학교는 어떻게 다녀야 하는가? 미리미리 생각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하겠습니다.


어느덧, 2021년의 첫번째 하루도 벌써 지나갔습니다.

올해는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아가는 전역의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2021.01.01. ****부대 북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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