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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한 곡의 MP3 파일처럼 (2021.03)

군만두서비스 2021. 4. 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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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의 시대이다. 한 달에 몇천 원으로 온 세상 노래를 듣는다. 생활관 기가지니에서도 스트리밍 음악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MP3 다운을 고집한다. MP3 파일에는 ‘추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내 핸드폰에는 2천여 곡의 MP3 파일이 담겨있다. 이렇게 많은 노래를 가지게 된 건, 나의 음악 감상법 때문이다. 나는 모든 파일을 하나의 재생목록에 담는다. 그리고 무작위로 재생한다. 한물간 노래도, 이미 질렸던 노래도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늘 새롭다. 창고정리를 하는 기분이다.  내 핸드폰 구석에 이런 명곡이 있었고, 그 노래를 처음 들은 게 벌써 몇 년 전이고, 그 사이에 이만큼이나 많은 추억을 쌓았다는 게 모두 신기하다. 

그럼 어떤 기분이 들까? 생각해보자. 지난날의 추억이 무작위로 소환된다. 당연히 밝은 추억도 있지만, 모포를 걷어차고 싶은 추억도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아무 감정도 없다. 뜨문뜨문 떠오르는 감정마저도, 노래가 끝나면 사라진다. 노래를 듣고 있는 그 잠깐 동안만 기쁘거나 슬플 뿐이다. 짝사랑에 아파하며 들었던 ‘스토커(10cm)’. 듣자마자 그녀의 얼굴이 떠오른다. 근데 별 감정은 없다. 그냥 그런 일도 있었구나 하고 넘긴다. 그때는 왜 그렇게 매달린건지 모르겠다. 다음 곡으로 넘긴다. 불안한 고3 시절에 들었던 ‘행복을 찾아서(리쌍)’. 이 노래는 지금 들어도 울컥한다. 고3의 불안함, 찌질함, 고민거리가 머릿속을 스쳐 간다. 하지만 상병 3호봉이 되어버린 내 머리로는, 결코 고등학교 3학년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 노래를 듣는 동안 ‘잠깐’ 울컥할 뿐이다.

군 생활에도 각자의 노래가 있다. 183번 훈련병은 ‘이등병의 편지’를 적으며 감상에 젖는다. 핸드폰을 처음 받은 이 일병은 ‘어떻게 지내’냐며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린다. ‘1월부터 6월까지’ 휴가를 못 나갔던 이 병장은 빨리 집에 가고 싶다. 당신의 하루는 ‘싫은 날’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내일은 또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아무렴 어떤가. 우리는 각자의 노래를 만들고 있다. 국방부 시계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흘러가고, 우리는 그 시간의 흐름 위에 악보를 그리는 중이다. 그리고 분명한 사실 한 가지. 모든 노래는 끝이 난다. 우리의 군 생활도 끝이 난다. 훈련소 동기의 끈끈한 전우애도, 꼴 보기 싫은 선임의 모습도 모두 흘러간다. 그리고 한 곡의 MP3 파일처럼, 그저 추억으로 남을 뿐이다.


P.S
다행히, 요즘에는 스트리밍에도 추억이 담긴다. 작년 이맘때 무슨 노래를 들었는지 알려주는가 하면, 연도별 인기차트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 번 들어보자.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동시에, 그 추억은 이미 흘러갔음을 깨닫는다. 우리의 군 생활도 흘러가고 있다.





3월호 에세이 주제 : 뮤직 큐!

우스갯소리로 ‘음악은 이 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라고 하죠. 군에 처음 발을 들인 입영식에서, 지옥의 천리행군 길 위에서, 고된 작업을 할 때, 심지어 곰신과 이별했을 때에도 우린 음악과 함께합니다. 우리네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악, 그리고 노래에 관한 장병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퇴고록

어려운 주제였습니다. 왜냐하면 '음악'에 대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거든요. 쭉 적어보니 20가지도 넘는 생각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한 가지 주제를 정하기란 무척 어렵더군요. 그래서 막판까지도 주제를 고민했고, 결과적으로 주제가 모호한 글로 탄생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의 내용전개는 한결 깔끔해졌어요. 내용전개보다는 문장과 문장의 '연결'이 아쉬웠죠. 그래서 글을 읽는 중간중간 흐름이 끊기곤 했습니다. 다행히도, 이런 증상은 쉽게 고쳐집니다.

모든 문장에 '접속사'를 붙여보세요. 자연스럽게 문장 사이의 관계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내용 전개도 깔끔해지죠. 이처럼 깔끔한 글이야말로 읽기 쉬운 글입니다. 그리고 쉬운 글이야말로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지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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