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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운동을 해본 적도 없고 왜 하는지도 모르는 전우를 위한 안내서 (2021.06)

군만두서비스 2021. 7. 4.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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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육군훈련소 5주 동안 11 kg를 뺐습니다. 후반기 교육 3주 동안 4 kg를 더 뺐고요. 합쳐서 15kg 뺀 상태를 1년 동안 유지했습니다. 자 그러면 제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저는 ‘운동법’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잘 모르거든요. 제 주변에는 항상 헬창 전우들이 있었습니다. 운동하다 모르는 게 생겼을 때, 전우들에게 물어보면 해결되었죠. 그래서 운동법을 세세히 익히지는 않았습니다. 그 대신 운동의 ‘마인드’를 얻었죠. 몸 좋은 사람들을 여럿 만나면서, 운동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마인드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터득한 운동 마인드 덕분에 저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1. 일단 시작합니다.

운동하면서 가장 힘든 건, 체단실에 가는 일입니다. 체단실만 가려고 하면 몸이 찌뿌둥하고, 유튜브에 재밌는 영상이 보입니다. 혹시 평소에 체단실을 안 가셨나요? 더 큰 장벽이 있습니다. 바로 체단실의 ‘고인 물’ 전우들인데요. 생전 체단실에 안가다가 갑자기 들어가려면, 이 고인 물들의 시선을 이겨내야 합니다. 하지만 겁낼 필요 없습니다. 체단실 고인 물들은 운동하느라 바쁩니다. 그래서 누가 오든 말든 신경 쓰지 않습니다. 사실 내 안에 있는 걱정, 쪽팔림, 부끄러움을 이겨내는 게 더 중요하지요. 눈 딱 감고 체단실에 들어갑시다. 그리고 운동을 시작합시다. 시작이 절반입니다.

 

아, 시작한 다음에는 질문 하나가 꼭 등장합니다. ‘자세를 어떻게 잡아야 하지?’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조금 틀려도 괜찮아요. 일단 하세요.’ 일단 운동을 하다 보면, 내 몸이 진짜로 변해가는 걸 깨닫습니다. 이건 꽤 중요한 깨달음입니다. 내 맘대로 되는 일 없는 군 생활에서, 내 몸 하나는 내가 바꿀 수 있다는 깨달음이거든요. 이 기분을 한 번 느껴보세요. 왜 군대에서 운동하는 사람이 많은지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아, 물론 정확한 자세도 중요합니다. 부상 방지와 균형 잡힌 몸을 위해서 꼭 필요하지요. 하지만 내 자세가 정확한지 아닌지 알아보려면, 일단 운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정확한 사람은 없습니다.



2. 운동을 이어가려면

운동은 재밌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믿지 못했는데요. 운동은 생각보다 재밌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몰입’ 상태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3Km 뜀 걸음을 하는데 군가 5곡을 연속으로 불렀다고 생각해봅시다. 아마 땀이 나고 숨도 차고 많이 힘들겠지요. 하지만 그 순간에는 온전히 '뜀 걸음'에 몰입했습니다. 그 순간에는 '전역하면 뭐하지?'를 고민하지 않고, 미 FOMC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걱정하지도 않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의 뜀 걸음에 집중하고 있죠. 이런 경험이 바로 ‘몰입’입니다. 그리고 몰입 상태에 빠진 뇌는 도파민을 분비합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쾌감을 즐기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운동에 집중하는 것이죠.

 

이런 운동에는 마무리가 필요합니다. 이른바 ‘쿨다운’이라고 불리는 마무리 운동이 필요하지요. 왜냐하면 우리 기억을 조작하기 위함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지금 ‘운동’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생각해보세요. 그 이미지는 자신의 기억에서 나왔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운동에 대해 갖는 감정들 이를테면 즐거움이나 괴로움, 지루함은 모두 자신의 '기억'으로부터 왔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기억 속에 ‘운동 = 재밌다’를 주입할 수 있다면, 우리 마음은 운동이 재밌다고 느낄 겁니다.

 

어떻게 기억을 조작할까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마지막’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어떤 경험의 마무리가 즐거웠다면, 나머지 고통은 쉽게 잊는다고 말하죠. 그래서 모든 운동은 ‘마무리’가 즐거워야 합니다. 우리는 이번 운동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었는지보다 '마지막'에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더 생생하게 기억하니까요. 그래서 운동의 마지막이 즐겁고 상쾌했다면, 운동에 대한 우리의 기억도 즐겁고 상쾌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러니 모든 운동의 마지막에는 ‘쿨다운’을 해주세요. 5분이나 10분 정도 가벼운 유산소로 몸을 식혀주면 됩니다. 참 쉽죠?



3. 함께 하자

좋으나 싫으나, 우리 곁에는 전우가 있습니다. 바로 그 '전우'가 최고의 코치입니다. 왜냐하면 365일 24시간 내 곁에 붙어서 나의 모든 생활을 감시해주기 때문이죠. 우리의 운동이 작심삼일로 끝나버리든, 1년 넘게 이어지든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운동하는 모습은 자연스레 전우에게도 보여집니다. 여기서 한 걸음만 나아갑시다. "나는 운동을 하겠다." 하고 전우들에게 선언하는 겁니다. "내가 내일 간식 먹으면, 생활관 전체에 PX 산다." 같은 벌칙도 포함해서요. 그러면 전우들은 최고의 코치가 되어서 나를 트레이닝 시켜줍니다.

 

그렇게 꾸준히 운동해보세요. 분명 파트너가 생길 겁니다. 내가 꾸준히 운동하는 모습에, 분명히 전우 몇 명은 감동을 할 겁니다. 바로 그 전우들과 함께 운동하세요. 내가 몰랐던 자세,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알려주며 운동하세요. 마치 포켓몬을 키우듯이, 파트너에게 운동을 하나하나 알려주세요. 언젠가 그 파트너가 나를 도와줍니다. 내가 운동하기 싫은 날, 혹은 운동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말이죠. 그런 날에는 파트너가 나에게 찾아옵니다. 다시 운동하러 가자고, 왜 요즘은 운동 안 하냐고 물어보면서 찾아오겠죠. 그러면 '파트너가 은혜를 갚는구나!' 생각하면서 함께 운동하세요.

 

가슴이 조금 웅장해졌나요? 저는 당장이라도 운동을 해야겠습니다. 하지만 책을 덮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우리 마음이 식어버릴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니 우리 딱 한 가지만 더합시다. 먼저 볼펜을 하나 들고요. 나의 다짐을 하나 적어봅시다. 내가 가진 공책, 관물대 귀퉁이, 혹은 지금 이 페이지 구석이라도 좋아요. 예를 들면 '2021.06.01.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체단실에 가겠다.' 처럼 소소한 목표를 적는 거예요. 일단 구석에 적고 나면, 그건 자신과 맺은 약속이 됩니다. 그 약속부터 지켜보세요. 그리고 다시 이 페이지로 돌아오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여러분의 건강 생활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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