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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평양냉면 (2021.07)

군만두서비스 2021. 7. 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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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냉면. 여름이면 평양냉면이 생각난다. 사실 지난달에도 먹었고, 입대 전에도 먹었고, 추운 겨울에도 먹는다. 먹을 때마다 면 사리를 추가해서 먹는다. 그만큼 평양냉면에 진심인 편이다. 글을 쓰면서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하지만 평양냉면의 맛을 아는 전우는 많지 않다. ‘냉면’ 하면 대부분 고깃집 후식 냉면을 떠올린다. 그래서 평양냉면에 대해 글을 쓰려 한다.

 

 평양냉면은 호불호가 심하다. 이 사실은 인정한다. 특유의 툭툭 끊어지는 면발과 어색하리만치 심심한 국물 때문에 호불호가 심하다. 하지만 그게 바로 매력이다. 일단 발을 들이고 나면 헤어나오기도 어렵다. 하나씩 알아보자. 평양냉면은 심심하다. 육수의 간이 세지 않다. 고깃집 냉면을 기대하며 국물을 한 모금 마셔보자. 엥? 하는 표정으로 그릇을 쳐다보게 된다. 소고기가 세면 세족한 물을 마시는 기분이다. 그 대신 감칠맛이 살아있다. 한 번 두 번 마시다 보면 감칠맛이 돈다. 혀에 착착 감기면서 어딘가 익숙한 맛이다. 이게 바로 천연 조미료의 맛인가 감탄하게 된다. 그런데 어딘가 고급지다. 조미료의 감칠맛이 ‘일병’이라면, 평양냉면의 감칠맛은 ‘상병’ 그것도 ‘분대장’ 정도 되는 맛이다. 그만큼 감칠맛이 살아있다. 국물의 감칠맛이 느껴질 때쯤, 면발을 젓가락으로 집어보자. 메밀 함량이 높아 잘 끊어진다는 면발. 툭툭 끊어서 우물우물 씹어보자. 향긋한 메밀 향이 올라온다. 메밀 향이 뭔지는 몰라도 괜찮다. 평양냉면 4대 천왕이니 하는 맛집에 가서, 면발을 한 번 들이켜보자. 고깃집 냉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야리꾸리한 향이 있다. 그 향이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맛보기 전에는 좋아하지 못했다. 나도 20살이 되어서야 평양냉면을 먹었다. 그전에는 막연하게 싫었다. 냉면은 자고로 쫄깃해야 하고, 국물은 달큰짭짤해야 하고, 어쩌고저쩌고.. 그런 편견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평양냉면을 먹었다. 한여름의 더운 날이었다. 밥 먹자고 어디 가기는 싫었고, 그냥 근처에서 시원한 거나 먹고 싶었다. 그러다 평양냉면이 있길래 먹어봤다. 그리고 깊이 반성했다. 이 좋은 음식을 그동안 못 먹었다니! 세상은 넓고 맛있는 음식은 많은데,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살았다. 그때부터 맛집을 찾아다녔다. 평양냉면은 물론이고 진주냉면, 나주곰탕, 제주흑돼지를 먹으러 다녔다. 맛집의 세계는 신기했다. 먹을 때마다 늘 짜릿했고 매번 새로운 경험이었다.

 

 내 인생에 다른 평양냉면은 없을까? 어딘가 내가 가보지 못한 곳. 무엇인가 아직 해본 적 없는 일. 누군가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 나는 그런 평양냉면을 찾아가고 싶다.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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