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만두서비스
[서평]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 (1/2) 본문
자살의 예방과 개입에 있어서 첫 번째 규칙은 뭔가를 하는 것이다.
p.31
1. '자살' 질문을 하자
"이 사람이 자살할 가능성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렇다. 그 사람은 이미 자살을 생각하고 있을 거다. 그러니 의심스럽다면 질문을 하자.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 본 일이 있나요?" 혹은 "자살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라고 질문하자. '자살'을 정확하게 이야기하며 문제의 핵심을 찔러야 한다. 그렇다고 긴장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긴장감 대신 익숙함이 낫지 않을까. 나는 또래상담병으로 활동하며 이틀에 한 명 꼴로 이 부대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 죽음이나 자살에 대해 질문하는 게 그저 익숙하고 편안한 습관이 되어야 하는 역할이다. 장난으로 대답하는 99명을 상담하는 게 귀찮더라도, 진지하게 자살에 대해 이야기해 준 1명을 장난처럼 무시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2. 시간을 벌자
- 이 사람은 10분 안에 죽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자살을 조금 뒤로 미룰 수 있을까?
- 우리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내담자가 얼마나 빨리 자살하려 할지 모르겠다면 몇 가지 질문을 더 하면 된다.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내담자가 우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만큼 편안한 감정을 느끼는 데에 도달할 수 있다. "오늘의 기분은 어때?"라든가 "그래도 아직 살아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있어?" 같은 질문이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뭔가 심각하게 잘못되었다면.. 비상버튼을 눌러야 한다. 부대에서는 당장 상관에게 보고해야 하고, 사회에서는 119에 신고하여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자살에 대해 생각해 왔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한다. 사실 그들은 몇 주,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누군가와 이야기 하기를 기다려왔다. 나랑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대방이 자살을 생각해왔다는 대답을 들었을 때, 경청의 과정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또래상담병이 - 그리고 우리 모두가 - 만나는 대부분의 자살하려는 사람은 10분 안에 자살을 하지는 않는다. 내일이나 다음 주 금요일 정오, 이번 달 말일, 그리고 언젠가... 에 죽을 생각이지만 바로 지금은 아니다. 그러니 천천히 내담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여기서부터 우리는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 (3번) 안전한 치료적 환경을 만들자
- (4번) 자살하려는 사람이 계속 이야기하도록 하자
3. 안전한 치료적 환경을 만들자
책에서 말하는 안전한 환경 만들기란 자살도구를 뺏는 일이다. 총, 칼, 약을 들고 있다면 무기를 내려놓게 해야 하고, 고층 건물 난간에 매달려 있다면 안쪽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 대한민국 육군의 또래상담병에게 적용한다면, 자살 계획의 비밀을 지켜주지 않는 게 중요하다. 내담자가 자살을 생각한 이상,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상관에게 보고하는 게 나의 역할이다. 자살하고 싶은 마음을 비밀로 지켜준다면 나 혼자 끙끙 앓다가 내담자의 목숨을 지켜주지 못할 수 있다. 우리 함께 좋은 방법을 찾아보자고 약속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자.
4. 자살하려는 사람이 계속 이야기하도록 하자
안전한 상황을 만들었든 아니든 간에, 목숨을 구하는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내담자가 자살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때까지 살아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침착하게, 들어주는, 두 가지 태도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
침착하게
자살에 대해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듯이 담담하고 개방적으로 이야기하자.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따뜻하고 유능하고 차분한 사람을 애타게 찾는다. 자살 생각에 쉽게 놀라지 않으며 자살에 대해 말로 표현하기를 꺼리지 않는 사람을 원한다. 그저 "나는 여기 있어. 거기서 벗어나도록 내가 도울게."라고 침착하게 말할 수 있으면 된다. 자살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며, 그게 대안 중 하나이긴 한데.. 다른 해결책도 많이 있다는 입장을 취하면 더 좋을 것이다.
들어주자
그저 들어주자. 무슨 상담 교육에 다닐 때마다 라포(rapport, 관계)를 형성하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는가? 내담자가 느끼기에, 상담자가 내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느끼는 게 바로 관계 형성이다. "야, 나도 다 그랬어." 라거나 "내일 아침이면 좋아지겠지."처럼 꼰대 같은 조언은 피하자. 그런 쉬운 조언이 효과적이었다면 자살하고 싶은 마음을 계속 품고 있었을까? 자살하려는 사람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섣불리 이해했다고 말하지 말자. 오히려 더 많은 확인을 받으면서 상황을 풀어가자.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까, 전 여자 친구랑 다시 연락할 수 있다는 희망은 많지 않은 것처럼 들리네" 혹은 "이번 실수를 반장님이 아시면, 반장님이 진짜 크게 화를 내실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처럼 탐색적 진술로 내담자가 계속 이야기하도록 하자.
자살에 대한 생각을 처음으로 드러낸 사람들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이해와 수용, 그리고 긍정적 신념이다. '그래, 상황이 절망적이네.. 그래도 아직 희망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테니 우리가 함께 찾아보자.' 하는 말로 이런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해서 내담자에게서 희미한 미소나 안도의 한숨, 또는 자살을 몇 분이라도 미루는 데 동의하는 듯한 어떤 것이라도 발견했다면 내 임무는 거의 완수한 거다.
5. 전문가의 도움을 받자
이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차례다. 여기까지 왔다면 내가 숨 쉴 공간이 생겼다. 이제는 나보다 훨씬 경험이 풍부하고 숙련된 분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계속해서 말해왔듯이, 또래상담병은 상관에게 조용히 이 소식을 보고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이라면, 정신과 진료에 동행해 주거나 주변 상담기관을 찾아주어야 한다. 자살하려는 의지를 과소평가하지 않으면서 천천히 도움을 주자.
뭔가 잘못할까 봐 두려워하지 마라.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사람을 죽게 한다. 잠재적으로 자살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아직 우리와 함께 있다면 적어도 그의 일부에는 살기를 소망하는 마음이 남아 있는 것이다. 내 말을 믿어 주기 바란다. 그 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상담자로서의 우리의 실수를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너그럽게 용서해 줄 것이다. 그러므로 계속 가자. 첫걸음을 내딛어 보자.
pp.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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