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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당신의 따뜻함을 나눠주세요 (2021.02)

군만두서비스 2021. 3. 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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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PCR 검사를 받고 격리되었다. 갑작스러웠다. 1월의 어느 날이었다. 저녁에 배달음식을 ‘정말 많이’ 먹었고, 그날 밤부터 전형적인 배탈 증상을 앓다가, 다음 날 아침에는 군 병원에 실려가는 지경이 되었다. 병원 입구에서, 내 체온은 38.3도까지 올라갔다. 선별진료소로 옮겨졌다. 이쯤 되니까 눈앞이 하얘졌다. 그냥.. 배가 너무 아팠다. 내가 갑자기 코로나 19 의심 환자라니. 정신이 벙벙했다. 절정은 PCR 검사였다. "아- 하고 소리 내보세요." 하는 친절한 군의관님의 설명과 함께, 검체 채취용 면봉이 내 콧속으로 푹- 들어왔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순간만큼은에세이 복통이든 군 생활이든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눈앞의 현실에 집중할 수 있었다. 부대에 복귀하자마자 '1인 격리'되었다. 이 모든 일이 몇 시간 사이였다.

1인 격리 생활관은 차가웠다. 몸도 마음도 추웠다. 몸이 추운 건 금방 없어졌어도, 마음이 추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부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다. 나 하나 때문에.. 우리 부대원들이 고생할 게 뻔히 보였다. 전우들은, 내가 생활하는 데 필요한 짐을 옮겨야 한다. 내가 마실 생수를 챙겨줄 테고, 무전기와 방역물자, 관물대의 개인 물품까지 옮기느라 고생할 게 뻔했다. 내가 없으니 불침번도 누군가 대신 서고, 분대장인 내가 없어졌으니 부분대장은 하루 두 번 점호부터 시작해 여러 잔심부름을 해야 할 거다. 지휘관님, 행보관님은 또 어떠실까. 여기저기 보고하느라 많이 바쁘셨겠다. 안 그래도 아픈 용사가 코로나 환자일 수도 있다니 더 마음 졸이셨을 거다. 내 몸 하나 제대로 못 챙겨서 여러 사람이 고생하는구나. 그냥 하나하나가 다 미안했다. 격리 생활관은 차가웠다.

차가움을 깬 건 전우들의 ‘따뜻함’이었다. 

"이 상병님, 제가 다- 챙겨왔습니다! (찡긋) @_<"
우리 분대 후임이 내 물건을 챙겨줬다. 까먹고 말하지 못했던 물건까지 챙겨줬다. 그야말로 풀-코스였다. 덕분에 따뜻한 후리스를 입고 지낼 수 있었다.

"야 괜찮아? 너 엄청 아프다며, 좀 푹 쉬어"
같이 온 동기도 위로를 건넸다. 동기끼리 으레 나눌법한 대화였는데, 그 한마디가 정말 따뜻했다.

"빨리 나으셔서 나와주십쇼~~"
툭하면 나한테 혼났던 후임이 카톡을 보냈다. 격리생활관 문 앞에는, PX에서 사온 죽과 이온 음료를 놓고 갔다.

"푹 쉬어."
부대 간부님들께서는 위로의 말씀을 잊지 않으셨다. 내 건강 상태를 체크하실 때마다, 간부님 한 분 한 분의 표정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따뜻했다.

차갑고 적막했던 격리 생활관이 온기로 채워졌다. 글로만 읽으면 '저런 말에 감동을 받나..?' 싶을 만큼 참 사소해 보이는, 어쩌면 별생각 없이 툭 던졌을지 모르는 그 한 마디가 얼마나 따뜻했는지 모른다. 반대로 생각해봤다. ‘나는 따뜻한 사람이었나?’ 쉽지 않았다.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따뜻한 말 대신 차가운 투정이나 비꼬는 말을 건네지 않았을까 무서웠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부대원들의 마음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 따뜻함을 잊기 싫었다. 내 코를 찔렀던 PCR 검사만큼 생생하게 기억하고 싶었다. 그래서 펜을 잡았다. 아직 배가 아프지만, 노트에 끄적끄적 글을 적었다. 다음의 한 마디를 전하고 싶었다.

 ’코로나 19’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 그 사람에게 온기를 전해주자.

그 사람은 그저 아픈 환자이거나, 고된 업무에 시달리는 군의관님, 감염병 예방에 힘써야 하는 지휘관님, 그리고 모두 한 '사람'일 뿐이다. 그 사람은 지금 춥다. 코로나 19로 인한 걱정과 불안, 그리고 미안함이 가득 쌓여있다. 그럴 때 건네주는 당신의 따뜻한 한마디는, 코끝을 찌르는 PCR 검사만큼 강렬하고 생생하게 그 사람의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책을 덮으면 까먹는다. 그냥 지금, 주변을 쓱 둘러보자. 옆에 누군가 있다. '아, 저 사람이 옆에 있었..네..?' 바로 그분에게 온기를 전해주자. 그저 따뜻한 말 한마디, 따뜻한 커피 한 잔이면 충분하다. 지금 그 사람에게 다가가자.


P.S 저는 코로나 19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제 복통도 싹 나았습니다. 진 자리는 몰라도 빈 자리는 안다고, 건강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HIM 에디터, 독자, 전우님 모두 모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






2월호 에세이 주제 : 온(溫)택트: 온기를 전하다

연일 몰아치는 겨울 한파와 장기화되는 코로나19 사태로 꽁꽁 언 몸과 마음. 이럴 때일수록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법이죠.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가까이, 서로가 서로에게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건 어떨까요? 얼어붙은 언택트 시대에 따뜻함을 전했던 장병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퇴고록

1월호보다 훨씬 나아졌어요. 왜냐하면 문장의 길이를 짧게 줄여서 읽기 편해졌고, 서두를 좀 흥미롭게 적었거든요. 하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건지 모르겠네요. 다음 글에서는 내용 전개를 다듬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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