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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군만두서비스 2020. 8. 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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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훈련소에 있는 동안 책을 읽고, 손글씨로 서평을 작성했다.

만나를 먹은 사람도, 오병이어의 기적 때 생선과 빵을 먹은 사람도 결국 모두 죽었습니다. 진짜 기적은 영원히 사는 빵을 먹는 거지요.

pp.40

 

1.

 여기는 군대입니다. 논산 육군훈련소 26연대 6중대 4소대 2분대 183번 훈련병으로 지낸 지 10 일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작은 일 하나에 울고 웃게 됩니다. 밥 한 숟가락 배식을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국방일보로 접하는 바깥소식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독서도 그렇습니다. 스마트폰도 TV도 없는 훈련소에서는 책 한 권에 오롯이 집중하면서 내용을 음미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를 읽은 건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빵 한 조각에 울고 웃는 이곳에서, 그 어느 때보다 책에 집중할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완성된 문장처럼 보이지만 그 뒤가 비어있습니다. 빵만으로 살 수 없다면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지, 10일의 짧은 군 생활을 통해 그리고 이 책과 성경을 통해 그 빈칸을 찾아 채워줘야만 합니다.
2020. 4. 8. 계속



2.

 군대에 와서 저의 '시선 '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저의 생활 양식과 사회적 지위(?)가 극적으로 바뀐 덕분입니다. 제가 여기서 느낀 '시선'의 변화를 기억하고 기록합니다. 경제학 용어 중에 '소비의 불가역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30평 아파트에 살던 사람은 6평 원룸이 좁게 느껴지듯이, 한 번 늘어난 소비수준은 다시 줄어들기 힘들다고 합니다. 저는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면서 소비수준이 늘어나고 생활양식도 훨씬 윤택해졌습니다. 특히 군대에 오기 직전에는 주변 지인들을 만나며 분위기 좋은 카페, 한우 오마카셰처럼 비싼 곳을 자주 다니곤 했습니다. 그런데, 군대에 오면서 모든 게 바뀐 겁니다. 식사는 무조건 정량 배식, 간식은 마음대로 먹을 수 없고, 돈이 있어도 사용할 수 없고, 모두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많이 당황했습니다. 그저 모든 상황이 안 좋게 느껴지고 불만이 가득했습니다.
2020. 4. 15. 계속



3.

 불만 가득한 훈련소 생활이 4일 정도 지났을 때, 막사 복도에 공용 도서가 비치되었습니다. 어디선가 들어봤던 책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를 가져와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시선' 이 바뀐 겁니다. 성경 책은 없지만 성경의 이야기를 생각하며 시선이 바뀌었습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 인간은 에덴동산에 있었습니다. 아무런 걱정도 슬픔도 없는 곳이죠. 거기에서 인간은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고 선악과를 먹으며 원죄를 짓습니다. 그 뒤로 모든 인간은 눈물을 흘리고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을 얻는 저주를 받게 되었죠. 그래서인지 인간이라면 누구나 먹는 것과 입는 것을 근심합니다. 매슬로의 욕구 피라미드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게 먹고, 입고, 잠자는 생리적 욕구입니다. 나아가 인간들 사이에서는 이 의식주가 자신이 가치 있는 인간이라는 증거로 쓰이기도 하죠. 이러한 생리적 욕구를 비롯해 인간이 가진 세속적인 욕심들을 책에서는 '빵'이라는 코드로 설명합니다. 그리고'빵'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마태복음 6장 산상수훈의 '공중의 새 들판의 꽃' 이야기를 함께 보여줍니다.
2020. 4. 15. 계속

 

공중의 새를 보아라. 씨를 뿌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곳간에 모아들이지도 않으나, 너희의 하늘 아버지께서 그것들을 먹이신다. 너희는 새보다 귀하지 아니하냐? 너희 가운데서 누가, 걱정을 해서, 제 수명을 한 순간인들 늘일 수 있느냐? 어찌하여 너희는 옷 걱정을 하느냐?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살펴보아라. 수고도 하지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마태복음 6장 26~28절

 

4.

 충격이었습니다. 수십 번 읽었던 마태복음 6장인데도, 이번에 읽으니 느낌이 달랐습니다. 그동안 공중의 새와 들판의 꽃이 무슨 느낌일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훈련소에서는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주어지는 것들은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죠. 아침 뜀걸음 간에 마주하는 파-란 하늘을 보며 감탄하고, 교장으로 걸어가며 만나는 벚꽃의 아름다움을 느끼면 되는 겁니다. 이런 시선으로 훈련소 생활을 바라보니 마음이 한걸 편해졌습니다. 나아가서는 여기가 아무 걱정도 없이 살 수 있는 에덴동산 같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칙센트미하이라는 학자의 몰입(flow) 이론에 따르면 고통도 불행도 창조적 상상력을 통해 행복으로 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일례로, 세계에서 가장 추운 아이슬란드에 시인이 제일 많다고 하네요. (국제출판협회 International Publishers Association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슬란드는 2014-2015년에 1인당 출판 권수가 2번째로 많은 나라이다. 2020.07.20 추가함) 이런 긍정의 심리학을 2천 년 전에 예수님이 하셨다고 생각하니 성경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2020. 4. 17. 계속

5.

저도 한 명의 인간인지라 다시 슬퍼하고 걱정 가득한 날이 오겠죠. 욥기와 예레미야야애가를 읽으며 어두운 날도 생각해봅니다. 성경 1독을 하는 동안에도,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를 읽을 때도 이 두 권의 책은 이해하기 너무 어려웠습니다. 하나님의 뜻대로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세상에서도 떵떵거리며 잘 살아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욥'과 '예레미야'는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불행한 삶을 살았는데도 성경에 실려있습니다. 세상에서 힘들더라도, 그래도, 높으신 분을 믿고 바라보는 게 신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돌아온 탕자 이야기에서 아버지에게 화를 낸 맏아들이라면 진정한 사랑과 믿음이 아니라, 대가를 바라는 신앙이겠죠.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좋지만, 결국 제 삶에서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조용히 기도하는 중입니다. 훈련소에서 잠시나마 느꼈던 걱정 없는 삶을 기억하며 계속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주는 '빵 만으로 살지 않고 하늘의 메시지와 함께 살아가길 기도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2020. 4. 17.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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