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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만두서비스
내가 요 몇 시간 동안 만나고 있던 것은 숙이가 아니라 무어라고 말했으면 좋을지 모를 어떤 것, 나에게서도 조금은 나왔고 숙이에게서도 조금은 나왔고 의자에서도 조금은 나왔고 탁자에서도 조금은 나왔고 레지에게서도 조금은 나왔고 잠바에게서도 조금은 나왔고 음악에서도 조금은 나왔고 커피에서도 조금은 나왔고 마네킹에서도 조금은 나왔고 ...... 그렇게 나온 조금씩의 어떤 것들이 뭉친 덩어리였음을 저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숙이의 좁은 어깨를 보고 있는 동안에 나는 깨달았다. p.214 《다산성》 여느 때엔 바라봄의 대상이 되어 있던 곳에 자리를 잡고 바라보고 서 있던 그곳을 본다는 것은 신기하고 즐거운 일이다. 그것이 여행이라고 하는 것일까. p.218 《다산성》 꿈보다 해몽이라 했던가. 김승옥 작가의 단편소설..
자살 환자들이 내게 퉁명스럽게 "왜 자살을 하면 안 된다는 겁니까? 왜 나를 내버려 두지 않습니까?"라고 묻는 일이 있다. 그러면 나도 퉁명스럽게 "왜냐하면 나는 당신이 그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잘 살게 될 거라고 믿으니까요."라고 대답한다. p.183 '아,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자살을 생각하고 있네. 어떡하지?' 이에 대한 대답이 지난 번 글이었다. 자살하려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는 방법을 적었다. 상황이 급박할 때 언제든지 기억할 수 있도록 5단계로 나누어 행동요령을 정리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번 서평과 분리해서 따로 업로드했다. 이번 서평은 좀 더 여유로운 상황에서 자살을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 적는다. 이미 자살의사를 밝힌 사람과 여러 차례 상담..
자살의 예방과 개입에 있어서 첫 번째 규칙은 뭔가를 하는 것이다. p.31 1. '자살' 질문을 하자 "이 사람이 자살할 가능성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렇다. 그 사람은 이미 자살을 생각하고 있을 거다. 그러니 의심스럽다면 질문을 하자.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 본 일이 있나요?" 혹은 "자살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라고 질문하자. '자살'을 정확하게 이야기하며 문제의 핵심을 찔러야 한다. 그렇다고 긴장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긴장감 대신 익숙함이 낫지 않을까. 나는 또래상담병으로 활동하며 이틀에 한 명 꼴로 이 부대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 죽음이나 자살에 대해 질문하는 게 그저 익숙하고 편안한 습관이 되어야 하는 역할이다. 장난으로 대답하는 99명을 상담하는 게..
終点(종점)이 始点(시점)이 된다. 다시 始点이 終点이 된다. 「終始」 오늘도 汽車(기차)는 몇번이나 無意味(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停車場(정거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 -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1942年 5月 13日 「사랑스런 추억」 1. 육군종합군수학교에서... 육군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종합군수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여기서의 3주 생활은 다시 정리하기로 하고, 책 이야기를 기록해본다. 군수교에서는 독서에 조금 소홀했다. 육군훈련소와 다른 환경을 변명거리로 삼고 있다. 군수교 병기교육대는 침상을 사용하고 IPTV가 있다. 침대를 사용할 때처럼 개인공간이 있지도 않고, IPTV로 이태원 클라쓰니 유튜브 영상이니 보고 있으면 시간도 금방 지나간다. (그래..
육군훈련소에 있는 동안 책을 읽고, 손글씨로 서평을 작성했다. 세상에는 정말로 다양한 것들이 필요하고 미래에 무엇이 어떻게 쓸모 있을지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무엇이든 그게 진짜로 재미있어서 하는 사람을 당할 도리가 없다. p.259 에필로그 오늘은 한 장 안에 기록을 마칠 거다. 오늘은 즐겁게 힘 빼고 써보는 중이다. 지난주에는 생애 처음으로 사격을 했다. 처음이라 손을 벌벌 떨면서 쏘는 바람에 5발 중 2발은 표적지 밖으로 나가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그 뒤에 점심 먹고 오후 사격할 때는 햇살이 나른한 덕분에 몸의 긴장을 쭉 풀고 격발 했더니, 원안에 3발을 넣어 무난히 합격했다. 힘 빼고 사격하고 나니, 사격도 즐겁게 느껴졌다. 에서 느낀 기분도 비슷했다. 이 글을 쓰신 분은 진심으로 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