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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만두서비스
나는 PCR 검사를 받고 격리되었다. 갑작스러웠다. 1월의 어느 날이었다. 저녁에 배달음식을 ‘정말 많이’ 먹었고, 그날 밤부터 전형적인 배탈 증상을 앓다가, 다음 날 아침에는 군 병원에 실려가는 지경이 되었다. 병원 입구에서, 내 체온은 38.3도까지 올라갔다. 선별진료소로 옮겨졌다. 이쯤 되니까 눈앞이 하얘졌다. 그냥.. 배가 너무 아팠다. 내가 갑자기 코로나 19 의심 환자라니. 정신이 벙벙했다. 절정은 PCR 검사였다. "아- 하고 소리 내보세요." 하는 친절한 군의관님의 설명과 함께, 검체 채취용 면봉이 내 콧속으로 푹- 들어왔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순간만큼은에세이 복통이든 군 생활이든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눈앞의 현실에 집중할 수 있었다. 부대에 복귀하자마자 '1인 격리'되었다. 이 모든..
모든 게 이상했던 날. 점심에 오마카셰를 갔다. 짬밥만 받아먹다가 오마카셰에 가니 기분이 울렁거렸다. 너무 극적인 수준으로 식생활이 바뀌어서 울렁거렸다. 잔잔한 분위기와 음악, 자상한 셰프님의 멘트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식당이었고, 그 완벽함은 7개월 만에 세상에 나온 나를 울렁이게 만들었다. 어딘가로 걷고 싶었다. 식당은 하필 고려대 옆에 있었고, 몇 발짝 걸어간 고려대 문과 캠퍼스에서는 졸업식이 한창이었다. 마지막 입시 도전에서 고려대에 떨어진 뒤로는 '고려'라는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Depression 되고는 했다. 이제는 그렇게 미웠던 고려대의 캠퍼스를 거닐고 졸업식을 지켜볼 만큼 기분이 회복되어 다행이다. 아니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래도 내심 마음 한켠에는 우울함이 남아있었는데, 그 ..
나는 육군훈련소에서 생애 처음으로 '푸시업'에 성공했다. 첫 번째 푸시업을 성공하기 전까지 22년 1개월의 시간 동안, 나는 무릎을 땅에 대고서 푸시업을 해야 했다. 그렇다고 푸시업에 전적으로 무관심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주변에서 운동 좀 한다는 사람들에게 이끌려 열심히 연습하곤 했다.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회사 헬스장에서 '무릎대고 푸시업'을 하고 있을 때면 혈기왕성한 남자 청년들은 하이에나 떼처럼 몰려와 나를 물어뜯었다. 왜 너는 푸시업 하나를 못하냐고, 무릎대고 하면서도 손을 벌벌 떨다니 정말 약해빠진 놈이라고 수군거리는 그들에게 물어뜯겨야 했다. 주변의 수군거림을 잠재워버릴 방법은 딱 두가지가 있었다. 꾸준한 연습을 통해 보란 듯이 멋있게 푸시업을 성공하거나, 그냥 푸시업을 포기하거나. 나는 ..
그런 날이 있다. Depression이 다시금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날. 그래서 일기를 썼는데.. 다 날아갔다 ㅎㅎㅎㅎㅎ 날아간 일기와 함께, Depression까지 날려버리라는 뜻인가보다.
스티커 메시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과정은 단 두 가지다. 첫째는 핵심을 찾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그 핵심을 SUCCESs 체크리스트를 이용해 다른 언어로 옮기는 것이다. p.53 먼저, 핵심을 찾자. 열 가지를 말하면, 한 가지도 듣지 않는다. 나도 에서 엄청난 스토리들을 읽었지만, 결국 머리에 남은 건 핵심을 찾자는 '핵심'이지 않은가. 가장 중요한 '핵심'만이 강력하게 남는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보탤 것이 남아 있지 않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 Commander's Intent(CI)와 The low-fare airline의 예시가 기억에 남는다. Commander's Intent는 말 그대로 지휘관의 의도이다. 작전계획 상단에 '지휘관의 의도'를 적는다. "우리 20..
(원제 : 자취방 냉장고와 타이탄의 도구들) ‘정리?’ 벌써 무섭다. 정리라는 두 글자 단어만 보아도 내 글에 벌써 거부감을 느끼고 페이지를 넘기는 전우들이 계실까 봐 걱정이다. 최소한, 우리 생활관에서 나와 함께 지내는 전우들은 내가 “정리하자!”는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표정이 굳어지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면서 생활관 전우들에게 정리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점호 시간 관물대 정리를 생각하거나 상급자에게 정돈되어 ‘보이기’ 위해 하는 게 정리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우리 생활관뿐 아니라 수많은 전우에게 정리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꾸미는’ 일이요 그래서 ‘지루한’ 일이라고 느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정리야말로 우리의 가장 정직한 모습을 만나고, 삶에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일이라..
프롤로그부터 눈이 번쩍 뜨였다. 인문학뿐만 아니라 경제경영, 명상, 심리, 뇌과학, 종교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었는데, 그렇게 완전히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에 들어있는 힌트들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1. 자기 신뢰 "나도 할 수 있다." 노력의 양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보기 작은 깨달음이 큰 차이를 만든다. 유튜버 신사임당도 비슷한 말을 했다. 월 1000만원 버는 건 뭔가 특별한 사람들의 일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그런건 그냥 평범한 일이라고. 당신도 할 수 있다고 그랬다. '재미'의 어원은 '늘어나는 맛'이다. 공부하는 재미란 무엇일까? 나의 실력이 늘어나는 맛이다. 즉 '나도 할 수 있다'는 깨달음에서, 공부의 재미가 시작된다. 머리가 좋고 나쁘다는 건 없다. 재능이 중요해보이는..
감시장비정비 (222.104) 기술행정병 찾고 계신가요? 여기 좋습니다. (정비 안하는 정비병이거든요.) 편합니다. 경쟁률도, 커트라인도 괜히 높은 게 아닙니다. 후반기 교육 받습니다. 군수학교에서 3주 동안 교육받습니다. 군수학교에서는 TV 시청, 공중전화 사용, PX 이용 가능합니다. 자대 배치 결과도 후반기 교육 중에 알게 됩니다. (+ 광학기재정비 (222.103) 병과랑 같이 교육받고, 자대 가서 업무도 같이 합니다.) TOD를 정비하지 않습니다. 감시장비운용(153.102)에서 TOD를 보니까, 감시장비정비(222.104)는 TOD를 정비하겠거니 착각하고 오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 건 안 합니다. 자대 배치는 랜덤입니다. 그 덕분에 하는 일도 랜덤입니다. 운이 좋으면, 하루 종일 커피 심부름 ..